최대 항구서 대규모 폭발…50㎞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강력美-이란 핵 협상 시기에 발생…"이란 고위급 인사들, '공격 아냐' 주장"이스라엘 측도 연관성 부인…'미사일 고체연료 성분' 폭발 추정 보도도
  • ▲ 이란 남동부 반다르 아바스 지역 샤히드 라자이 항구 폭발현장. 250427 AP=연합뉴스. ⓒ연합뉴스
    ▲ 이란 남동부 반다르 아바스 지역 샤히드 라자이 항구 폭발현장. 250427 AP=연합뉴스. ⓒ연합뉴스
    이란 남동부의 최대 규모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40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도 1000명 이상이다.

    27일(현지시각) AFP통신은 이란 국영언론과 적신월사 등을 인용해 반다르 아바스에 있는 샤히드 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화재 대부분이 잡혔으나, 강풍 등 영향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명구조도 계속되고 있다고 관영 IRNA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폭발은 26일 오전 11시55분께 일어났다. AFP 등 외신은 폭발이 너무 강력해서 약 50㎞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고, 항구 건물 상당수가 심하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가운데 2000개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폭발현장을 방문해 "정부가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항이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면서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상처를 입은 소중한 사람들을 반드시 돌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한다"면서 진상조사도 촉구했다.

    그는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도 방문해 의료진에게 부상자 건강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이들을 위로했다.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 ▲ 이란 남동부 반다르 아바스 지역 샤히드 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이후 잔해 속을 걷는 남성들의 모습. 250426 AP/뉴시스. ⓒ뉴시스
    ▲ 이란 남동부 반다르 아바스 지역 샤히드 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이후 잔해 속을 걷는 남성들의 모습. 250426 AP/뉴시스. ⓒ뉴시스
    이번 폭발은 이란과 미국이 핵 협상을 하는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 다만 두 사건이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핵 협상을 이끌고 있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보안당국이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하메네이는 27일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보안 및 사법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인지, 누군가가 의도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며 "규정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이란의 고위급 인사 중 누구도 이번 폭발이 누군가의 '공격'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측도 연광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히브리 언론에 이번 항구 폭발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화재 발생 후 한 이란 관리는 관영 언론에 폭발이 화학제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익명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관계자를 인용해 "폭발한 것은 미사일 고체연료 주요 성분인 과염소산 나트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란 국방부 대변인은 폭발현장 주변에는 군용자재가 없었다면서 이번 폭발이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를 부적절하게 취급한 결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보건부는 공중 내 독성오염인자들이 매우 위험하다면서 호르모즈간주(州)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민들에게 실내에 있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학교와 사무실은 폐쇄됐다.

    프레스TV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폭발사고 지원을 위해 복수의 항공기를 전문가와 함께 이란으로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주이란 러시아대사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이란 동료들과 함께 불길을 잡고, 이란 경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항구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샤히드 라자이 항구는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 이란 연안에 있으며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 서쪽 20㎞ 지점에 있다. 연간 약 8000만t의 화물을 처리하며 석유 탱크와 화학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5년 전 '최대 적'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일환으로 샤히드 라자이 항구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