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부통령, 우크라에 사실상 '영토 포기' 노골적 압박…크렘린궁 '반색'트럼프, 젤렌스키에 "킬링필드 장기화할 뿐" 공격…우크라 "항복은 절대 없다"NYT "본질적으로 침략자인 러시아에 유리한 거래…외무장관 회의도 후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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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 회담. 250417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사실상 포기하라는 종전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 그간 은연중에 러시아를 편들던 입장을 공식화했다.러시아는 즉각 "미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반색했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우크라이나는 일단 "항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열려고 했던 외무장관 회담은 연기됐다.2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종전안과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매우 분명한 제안을 했다"면서 "이제 그들이 받아들일 때이며 그게 아니라면 미국은 손을 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우리는 살인을 멈추려고 한다. 현 상황과 비슷한 수준에서 영토 경계선을 동결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소유한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실제로 살인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양측 다 무기를 내려놓고 이 상황을 동결하며 더 나은 러시아와 더 나은 우크라이나를 건설하는 일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그간 드러내지는 않고 러시아 편을 들던 것과 달리 처음 공개적으로 침략자인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조건을 당국자 입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밴스 부통령이 거론한 종전 조건은 영토 경계를 현재대로 동결하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공식 인정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7%를 점령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광범위한 영토를 내주도록 강요하는 셈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이 지지해온 우크라이나의 '자결권'과 '국경 불가침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무엇보다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가 난색을 보여온 것들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인 22일까지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면 거부하는 상황이다.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은 구체적인 공약 없이 모호하게만 쓰여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평화협상에 매우 해롭다"며 "'킬링 필드(대학살)'를 더 장기화할 뿐,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 ▲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은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던 우크라이나, 유럽 주요 동맹국과 외무장관 회담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우크라이나와 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들은 이날 17일 프랑스 파리 회의에 이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종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그러나 루비오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가 참석을 취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만 예정대로 참석했다.루비오 장관의 영국행 취소는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의 참석 취소로 이어졌고, 결국 회의는 실무급으로 대폭 축소됐다.이에 대해 NYT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멈추는 데 얼마나 많은 진전이 있는지 의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이중의 타격이라며 미국 협상단의 축소는 협상테이블에 앉으려는 유럽의 노력에도 상징적 후퇴라고 지적했다.밴스 부통령의 협박성 발언에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양보하는 방식의 평화협정 가능성을 일축했다.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평화로 위장된 동결된 전쟁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썼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밀착해온 러시아는 밴스 부통령 발언에 즉각 반색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이어 "평화 합의를 둘러싼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위트코프가 재차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국 당국자가 전했다.앞서 22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종전)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며 "위트코프 특사가 이번 주 후반 푸틴과 논의를 지속하기 위해 다시 러시아로 향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위트코프 특사는 그간 세 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해왔고, 최근 면담은 지난달 13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