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이틀 연속 1% 상승 마감국채금리 하락-달러지수 상승 등 자산시장에도 온기"파월 의장 해임, 생각 안 해"…금리인하 압박 수위 낮춰"대중 관세 상당히 낮아질 것", "빅딜 가능" 등 협상 의지 드러내다만 "일방적 관세인하 없을 것" 양보 없음 시사…'바이 아메리카'는 아직
  • ▲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정책과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23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19.59P(1.07%) 오른 3만9606.5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8.10P(1.67%) 오른 5375.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07.63P(2.50%) 오른 1만6708.05에 각각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이틀 연속 1% 이상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해임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금리인하 압박 공세 수위를 낮추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덜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증시 마감 후 파월 의장에 대해 "그를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가 금리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파월 의장을 "중대 패배자", "반드시 해임해야 한다"는 등 금리인하를 요구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반전이라는 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율에 대해 "매우 높으며 (거래가 시작되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며 매우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면서 협상 진전에 따라 대중(對中) 관세가 상당히 내려갈 수 있음을 시사, 시장을 안심시켰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역시 베센트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주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양국이 무역에서 "빅딜"을 할 기회가 있다면서 "재균형을 원한다면 함께 하자"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지금의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를 50~65% 사이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물꼬가 트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계획을 공개한 첫날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인 54%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하며 4월2일 처음 공개한 중국 관세율은 34%였고, 기존의 펜타닐과 불법이민 문제로 부과했던 20%를 더하면 54%다.

    미국 국채와 달러 등 자산시장에도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동안 매도세가 컸던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063%P 떨어졌으며 10년물 금리는 0.016%P 하락했다. 국채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전날 한때 98선이 무너졌던 달러지수는 이날 1.01% 오른 99.91로 100선 가까이 올랐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선진국 시장에선 언급되지 않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이를 위협하는 것이 채권과 달러화에 압력을 가했고, 미국 바깥으로 자금유출을 가속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프라이스의 러셀 프라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파월 의장 관련 발언에 대해 "두 가지 모두 시장이 얻기를 바라던 긍정적인 재료들이었고, 시장은 실제로 그것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이날 나타난 자산시장의 흐름은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가 동시에 떨어지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기조와 대조적이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날 자산시장의 흐름을 두고 누구도 '바이 아메리카' 기조가 살아났다는 분석을 내놓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날 증시 상승폭은 개장 당시보다 줄어든 채 마감했다.

    다우지수의 경우 개장 초 4만376까지 올랐지만, 점점 하락하면서 4만 선을 지키지 못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장 초반 상승폭이 4%대를 넘기기도 했지만, 결국 2.5% 상승에 머물렀다. 국채 매수세 역시 장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베센트 장관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일방적인 관세인하 제안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과의 협상의지와는 별개로 실제 미국이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양보의사는 여전히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substantially) 완화할 의향은 있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날 새로 내놓은 메시지도 겉보기엔 유화적이었지만, 관세정책에 대한 의지와 정당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불시에 백악관 북쪽 잔디밭을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며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전세계 모든 국가가 벗겨 먹는(ripped off) 그런 나라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외국의 '약탈'로 인한 결과라는 기존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발언으로, 세계 주요 무역 상대에 높은 관세를 매길수록 미국의 정의에 부합한다는 전제가 녹아있다.

    베센트 장관 역시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불공정한 무역시스템으로 인해 규모가 크고 지속적인 미국의 적자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