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맨체스터 더비에서 포든 어머니에 대한 성희롱 구호 등장과르디올라 "품위 없고, 부끄럽다"FA는 경기장 성차별 구호에 사실상 손 놓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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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유 팬들은 맨시티 포든 어머니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연합뉴스 제공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장 많은 돈을 벌고,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 바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EPL)다. 한국 축구 팬들도 열광하는 리그다. 한국의 슈퍼스타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리그다.이런 EPL에서 성희롱, 성차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EPL의 신뢰도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사건은 지난 7일(한국시간) 터졌다.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EPL 최대 라이벌전 중 하나인 '맨체스터 더비'가 펼쳐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격돌했다. 두 팀은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사건의 중심에 맨시티의 간판 공격수 필 포든이 있었다. 그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핵심 선수이기도 하다. 포든은 선발 출전해 후반 13분 교체 아웃됐다. 그때 사건이 터졌다. 일부 맨유 팬들이 포든을 향해 단체 구호를 외쳤다.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포든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이었다. 그것도 일부 맨유 팬들이 함께 구호로 외쳤다. 포든의 어머니를 성생활이 문란한 여성으로 표현했다. 분명 성희롱 발언, 성차별 발언이었다.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분개했다. 그는 "품위가 없었다. 맨유가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다. 포든의 어머니를 갑자기 꺼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정직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될 장면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이에 대한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징계를 내릴 생각이 없다. 때문에 잉글랜드가 성희롱, 성차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영국의 'BBC'가 이 문제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포든 어머니에 대한 모욕적인 구호가 나왔다. 성차별은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왜 FA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인권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이 나섰다. '킥 잇 아웃' 관계자는 "올 시즌 EPL에서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집단 구호가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런데 축구계는 이에 대한 대응이 너무나 미흡하다. 성차별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경기장에서 나오는 성차별적 구호는 선수나, 표현 대상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안정받지 못하거나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FA는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 FA 규정에는 민족,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등 모든 차별에 대한 행동을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FA는 관중의 차별적 행위에 대한 모든 혐의를 조사한다. 각 구단 역시 차별 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실제로 인종 차별적 발언 등으로 벌금 징계를 받은 클럽들이 있고, 경기장 출입 금지, 형사 고발을 당한 축구팬들도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다.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치 찬양같은. 현실적으로는 구호만 가지고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장에서 나오는 모든 구호를 관리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최근 FA가 차별적 구호로 인해 조치를 취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폭력 사태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경기장에서 나오는 모든 차별적 구호를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모두 징계한다면 매 경기마다 클럽에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특히 포든의 경우에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여자 선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성차별로 간주돼 처벌할 수 있지만, 경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렇다면 이런 성희롱, 성차별 구호를 용납해야 하는 것일까.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최근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내에 대한 성희롱, 성차별적 구호를 경기장에서 들었다. 바디는 "클럽은 이를 막을 힘, 행동할 힘이 있다. 경기장 출입 금지, 벌금 또는 교육을 통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감 부족으로 인해 신뢰가 계속해서 훼손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FA에 의존하지 말고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