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회장, 지난달 주주들과 주총서 소통 시간 가져美 FDA 승인 불발 등 날선 지적 나올 시 "투자 몇 년 차냐" 되물어주주는 회사의 주인 … 격려도 비판도 모두 가능해FDA 승인 3번째 도전 나서겠지만 진 회장 태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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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1일 대전광역시 대전컨벤션센터 정기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는 진양곤 HLB 회장. ⓒHLB
"몇 년 차 주주시죠?"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있었던 HLB 정기 주주총회. 진양곤 HLB 회장이 질문한 주주에게 먼저 되물었다. 표정은 당당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 마치 오랜 시간 투자해 온 장기 투자자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제약바이오산업 기자로서 그간 주총현장을 수차례 봐왔지만 주주를 상대로 한 오너의 태도로 보기에는 생경했다. 오히려 주주들은 점잖은 태도로 질문을 이어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불발로 성토가 가득할 것이란 예상을 빗나간 차분한 분위기였다.주주는 단 한 주만 들고 있어도 주주다. 주식을 오래 보유했다고 더 권한이 있지 않고 최근에 투자했다고 해서 발언권이 줄어들지 않는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주인이 경영진에게 회사의 성과와 실패에 대해 묻는 자리다. 격려도 질책도 주주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 주주의 불편한 질문에 "몇 년 차냐"고 되묻는 진 회장은 어떤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진 회장은 HLB를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뜨겁고도 논란 많은 회사로 만들었다. 핵심에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있다. 진 회장은 수 년동안 리보세라닙으로 FDA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공언했다.실제로 FDA 품목허가에 두 차례 도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진 회장은 언론을 통해 "99% 확신한다" "경미한 사안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왔다.주주들은 "왜 실패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전략을 통해 FDA 품목 허가를 받을 것인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돌아온 건 논리적인 설명보다 감정 섞인 반문, 항서제약과 이야기를 해봐야 안다는 반복적인 답변 뿐이었다. 그나마 확인된 것은 재도전에 대한 의지다.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불확실성과 실패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에 주주들은 계열사 무더기 상장, 유상증자 남발에도 신약 승인이라는 큰 꿈에 공감하며 함께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성과 못지않은 경영진의 진심어린 태도다. 실패를 설명하는 진정성, 투자자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는 자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의식이 중요하다.이번 주총에서 보인 진 회장의 태도는 분명 뻔뻔함이다. 품목허가에 대한 가능성이 자신감으로 보이는 것은 좋다. 다만 품목허가에 2번이나 실패했음에도 투자 햇수를 따지며 투자자들을 판단하는 태도에서 그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FDA 신약 승인은 도전 횟수가 많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의 투자 햇수가 HLB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척도도 될 수 없다. 진 회장의 태도가 얼마나 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