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I, 중흥건설 특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중흥, 입찰 5천억 더 써내 재입찰 요구하자 수용경쟁자 DS네트웍스 몰래 입찰 가격 밀실 협상산은 1조3천억 손실, KDBI 수백억 성과급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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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뉴시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매각업무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가를 두고 '밀실 협상'을 벌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당시 KDBI는 중흥건설이 경쟁자인 DS네트웍스컨소시엄(DS)보다 인수의향가를 5000억 원 높게 써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아채고 재입찰을 요청하자 이를 수용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그런데 KDBI가 중흥건설 측과 인수가격을 협상하면서 "앞자리에 '1'자를 보여 달라"는 등 구체적인 입찰가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DS 측에는 원하는 가격조건을 알리거나 수정입찰가격을 올리기 위한 가격 협상을 하지 않았다.감사원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책자금 운영 실태(산업은행의 부실 여신 중심)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DBI는 2021년 6월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 경쟁입찰에서 1순위자였던 중흥건설과 사전 가격협상을 하면서 원하는 가격조건(주당 1만 원)을 제시한 뒤 합의해 수정입찰제안서를 제출받았다. 반면 2순위자였던 DS에는 원하는 가격조건을 알리거나 수정입찰가격을 올리기 위한 가격 협상을 하지 않은 채 수정입찰제안서를 제출받았다.이는 당시 대우건설 입찰 마감 결과 응찰자 5곳 가운데 중흥건설이 주당 1만1200원(총액 2조3625억 원), DS가 주당 8500원(총액 1조7929억 원)으로 인수의향가를 적어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약 5000억 원을 더 써낸 중흥건설 측이 반발하며 재입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KDBI는 중흥건설의 요구가 이례적이라고 봤지만 내부 회의 결과 1차 입찰가격(주당 1만1200원)이 KDBI의 기대가격(주당 9000원)보다 높았고 요구를 거부하면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해 수정 제안을 허용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KDBI는 나흘 뒤인 6월 29일 수정입찰제안서를 받아주겠다는 결정을 중흥건설 인수자문을 맡은 A사에 전달하고 입찰가격을 얼마나 수정해 쓸 것인지 계속 물었다. 이에 A사는 '주당 9000원 초반대를 쓸 것'이라고 답했다.KDBI와 A사는 1차 입찰가격(주당 1만1200원·2조3500억 원)보다 17%(주당 1900원) 낮춘 9300원(총액 1조9000억 원)을 시작으로 주당 100∼300원씩 매수가격을 올리면서 협상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주당 9300원→9500원→9800원→9900원으로 가격을 올리다가 KDBI는 "앞자리에 '1'자를 보여 달라"고 가격조건을 제시하며 주당 1만원을 적어 낼 것을 요구했다.이 요구를 중흥건설이 승인하자 KDBI는 협상한 가격조건(주당 1만 원·총액 2조1000억 원)으로 작성된 수정입찰제안서를 제출받았다.KDBI 대표이사는 다음날인 6월 30일 산업은행 회장을 찾아가 "중흥건설과 주당 1만 원에 재협상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DS에도 수정 제안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KDBI는 DS 측에 "중흥건설이 입찰 조건의수정을 원하고 있으니 수정제안서를 제출할 의사가 있으면 2021년 7월 2일 오후 3시까지 입찰 조건을 수정해 제출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입찰가격을 올리기 위한 협상은 없었다.이에 DS는 1차 입찰보다 주당 1000원을 높인 9500원(총액 2조 원)으로 수정입찰제안서를 제출했고, KDBI는 중흥건설과 7월 30일 대우건설 주식 매매 관련 양해각서(MOU), 12월 9일 주식매매계약서를 각각 체결했다. 2022년 2월 28일 최종적으로 대우건설주식을 주당 9800원, 총액 2조671억 원에 매각했다.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에 3조2000억 원을 투입하고 1조9000억 원(KDBI에 매각한 대금 1조3600억 원과 KDBI가 중흥건설에 대우건설을 매각한 후 사원에게 배분한 5400억 원의 합계 금액)을 회수해 1조3000억 원의 손실을 확정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KDBI는 구조조정기업의 시장 매각이라는 공적 기능의 수행을 위해 산업은행이 7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100% 금융자회사이고, 대우건설은 정책자금이 3조 원 넘게 투입된 구조조정기업이다.그러나 KDBI는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3600억 원에 대우건설을 매수해 2조1000억 원에 매각해 70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며 750억 원의 성공 보수를 받아 챙겼다. 그런 다음 '대우건설 펀드회수 성과급 지급 방안'을 작성해 44억9500만 원을 임직원 11명에게 지급했다. 1인당 최대 16억1700만 원, 평균 4억800만 원에 달했다.KDBI는 불공정한 대우건설 매각 입찰로 논란을 일으킨 뒤에는 현재 구조조정 업무를 중단하고 상업적 사모펀드로 운용되고 있다.2019년 설립된 KDBI는 구조조정기업 매각 업무를 수행하려면 산업은행의 출자자산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우건설은 국가계약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수의계약 매각이 가능했다.감사원은 산업은행 회장에게 "자회사를 신설해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어 "KDBI가 구조조정 매각 업무를 충실히 하도록 하는 등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