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사건에 다른 잣대…親野는 벌금 vs 親與는 징역이재명 허위사실 논란 함구…안희정 '미투' 사건에도 무죄'대진연 대통령실 침입' 영장 기각 판사, 尹 체포영장 재발부"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 초래해 민주주의 질서 해칠 것" 비판
  • ▲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부 난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연행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부 난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연행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두 차례나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이 좌파 인사들이 연루된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잇따라 선처를 베푼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사법 시스템이 헌법과 법 논리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근간까지 크게 훼손하는 행위란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같은 '부당노동행위 유죄'인데…정치 성향따라 다른 판결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지난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승호 전 MBC 사장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좌파 인사로 알려진 최 전 사장은 2017년 MBC 파업 당시 본인의 소신에 따라 자발적으로 파업에 불참한 기자들을 취재 업무에서 부당하게 배제한 혐의를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후 최 전 사장이 취임한 이래 MBC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주도한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 만으로 대규모 인사 보복과 탄압이 이뤄지는 등 부당 노동 행위가 잇따랐다.

    앞서 보수 성향인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은 대표이사 시절(2014~2017년)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일부를 전보 발령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서부지법은 1심에서 김 전 사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안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을 거쳐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대통령령으로 사면·복권됐다.

    유사한 사건에서 좌파 성향 인사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보수 성향 인사에게는 벌금형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처럼 비슷한 사건에 대해 다른 판결을 한 것을 두고 최근 MBC가 친 야권 성향을 보이면서 서부지법의 정치적 성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성명을 내고 "최승호 전 사장에 대한 노동청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는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MBC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강제 수사에 돌입했던 과거의 '준엄한 기세'가 전혀 없었다"며 "MBC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인 이들 사장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를 하지 않고 소환 조사 위주로 느리게 조사가 진행됐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없이 이런 맥 빠진 수사 끝에 기소가 된 것도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 결론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었다"며 "그렇다면 왜 김장겸 전 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의 경우 일부 무죄를 받은 상황에서도 왜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형이 확정됐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MBC노조는 "최승호 전 사장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사가 하필 서부지법 소속"이라며 최근 좌편향 판사 일색으로 논란이 된 서부지법이 선택적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 서울 전역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은박 담요를 두르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서성진 기자
    ▲ 서울 전역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은박 담요를 두르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서성진 기자
    ◆'허위사실 유포' 이재명 편들기…정계선 서부지법원장은 모르쇠 일관

    이 같은 서부지법의 정치 편향적 판결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단순 시위 혐의로 대학생 전원 구속, 다시 80년대 독재 시절로"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에게 마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처럼 내용을 전하면서 1980년대 독재 시절을 언급해 국민을 호도했다.

    하지만 당시 서부지법 이아영 당직판사는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대진연 회원 4명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야당의 대표가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글은 지금도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계선 서부지방법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영장심사에 대한)판결이 있기도 전에 당 대표라는 분이 저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영장 발부가)확정된 것처럼 엄청난 선전 선동을 했다"며 견해를 구하기도 했다.

    당시 정 원장은 "(해당 글을)본 적이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은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대진연 대통령실 무단 침입 영장 기각한 판사가 尹 체포영장 재발부

    게다가 대진연은 앞서 지난 1월에도 김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대진연 회원 2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부지법은 모두 기각했다.

    당시 대진연 회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로 알려진 신한미 부장판사다.

    서부지법에는 이순형 부장판사와 신 부장판사 총 두 명의 판사가 영장 전담 업무를 맡고 있는데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구속이나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며 통상적으로 일주일씩 교대로 번갈아 가면서 근무한다.

    1차 영장은 이 부장판사가 지난달 31일 발부했지만 2차 영장은 교대 근무를 서던 신 부장판사가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정계선 원장과 함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지만 신 부장판사는 해당 연구회 출신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에 대해 서부지법 관계자는 "체포·수색영장은 공보 대상이 아니라서 접수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고 누가 체포영장을 발부했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자진출석하는 모습.ⓒ이종현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자진출석하는 모습.ⓒ이종현 기자
    ◆징역 3년6개월 '미투' 안희정…서부지법은 '무죄'

    또한 서부지법에서 판결한 사건 중 논란이 컸던 대표적인 사례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재판이었다. 안 전 지사 사건은 문재인 정부 탄생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을 행사해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던 것이었다.

    김씨는 2018년 3월 5일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안 전 지사에게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4차례 성폭행 당하고 수차례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미투 운동의 대표 사례로 꼽히면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은 서부지법 단독 재판부를 거쳐 합의부로 다시 배당됐다가 다른 합의부로 재배당되는 등 1심 초기 진행 과정에서 다소 난항이 있었다. 이에 1심 1차 공판준비기일은 4월 11일 기소된 이후 65일 만인 6월 15일 열렸다.

    서부지법은 결심공판에서 "안 전 지사는 위력을 가졌으나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으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안 전 지사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권력형 성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판결이 나자 여성단체 등은 해당 재판에 대해 반발했고 집회에서 재판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2심이 진행될 당시 항소심 재판부 구성원이 안 전 지사 측 변호인과 연고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재배당 되기도 했다.

    결국 2심에서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피해자는 신분 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로 인해 지시에 순종 해야 했고 안 전 지사는 이런 사정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도 "김씨의 피해 진술 등을 믿을 수 있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신청하면서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을 제외하고 서부지법을 택한 것은 분명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면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민주주의 질서를 크게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