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에만 2차례 영장 청구…유효 기한·재판부도 비공개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거 포진영장 발부 가능성 높이기 위한 '판사 쇼핑' 논란 확산경찰 폭행 민노총 조합원은 영장 기각·'블랙리스트 의혹' MBC 사장은 벌금형"관례 깬 영장 청구는 스스로 정치 편향성 인정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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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 쇼핑'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발부 받으면서 또다시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서 비롯된 영장 청구의 정당성 문제 등을 회피하기 위해 관할 법원을 선택적으로 기피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법원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을 통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를 한다면 그 절차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수처는 서부지법을 고집하고 있다.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집행 기간은 물론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판사 쇼핑' 논란을 의식한 처사로 풀이된다.
앞서 1차 체포 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이전에 각 법원별 부장판사급에 대한 정치 성향 및 판결 동향 등을 면밀히 분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는 공수처 입장에서 체포영장 청구 단계에서부터 기각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큰 만큼 체포영장 발부가 가능한 법원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원 안팎에서는 공수처 측이 공수처법상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할 경우 기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현재 중앙지법에는 김미경(48·사법연수원 30기)·김석범(52·31기)·신영희(52·32기)·남천규(47·32기) 부장판사가 영장을 전담하고 있다. 이들은 교대 근무 시스템으로 영장이 청구된 날을 기준으로 담당 판사를 배정하고 있어 영장 청구 시점을 임의 대로 조율해 영장 전담 판사를 배정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공수처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7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군사법원 관할인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해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기각됐고 이후 서부지법을 택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는데 잇따라 성공했다.
결국 중앙지법에서 영장 기각을 경험한 공수처가 영장 발부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서부지법을 택했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판사 출신인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피의자는 체포된 뒤 구속 후 기소 순으로 이어지는데 이 모든 절차는 같은 관할 법원에서 이뤄진다"며 "공수처가 관례까지 깨가면서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발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서부지법, '좌파 성향' 법원장에 부장판사들까지 포진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해 논란을 빚었다. 두 조항은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경호처가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수색을 막는 법적 근거다.
이 판사가 소속됐던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1988년 사법부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이 결성한 학술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논란과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평가되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판사 외에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정계선 서부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젠더법연구회와 헌법연구회, 외국사법제도연구회 등 다수의 진보 성향 재판 연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보류된 마은혁 판사 역시 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마 후보는 판사로 임용 되기 전부터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론 교육과 선전 활동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민노련은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남북 통일(공산화)을 이루려는 목표를 가진 과격 좌익혁명단체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했다.
윤 대통령 측이 영장 발부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서부지법에 낸 이의신청을 기각한 판사도 공교롭게도 좌파 성향 판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심리한 마성영 부장판사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체포(구금)에 대해서는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없고 수색영장은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발부에 대해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 판사는 또 형소법 제110·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기존의 법 해석을 확인하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북부지법 근무 당시 조국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보수 성향 유튜버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후 중앙지법으로 옮긴 마 판사는 조 전 장관에게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형이 약하다"는 평이 나왔다.
한 법조계 원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동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법조계의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정치 편향성을 가진 인물들이 득세하면서 사법부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특정 정치 집단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
◆진보 성향 민노총·MBC 등엔 관대한 처벌서부지법은 최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남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5일 벌어진 민주노총 집회에서 50대 남성 A씨는 경찰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는 A씨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부지법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자료가 대부분 수집되어 있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게다가 서부지법은 최근 2017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MBC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았던 최승호 전 MBC 사장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MBC 사장 재임 시절 노조 조합원 일부를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보내 노조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작 벌금형이라뇨. 이러니 법원 판결을 누가 신뢰하겠습니까"라며 "문재인 정권과 민노총 언론노조에 의해 사장 취임 겨우 8개월 만에 쫓겨난 저에 대해서는 전임 경영진과 함께 노조법 위반으로 엮어, 집행유예 실형을 선고했던 서부지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 그러고 보니 공수처가 이른바 '영장쇼핑' 한 곳이군"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