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폭발했던 단톡방, 너도 나도 공개비공개 의총 육성 녹취록까지 공개된 국민의힘"서로 신의 져버리는 일 말아야" 자성 목소리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 관련 발언하는 중 의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 관련 발언하는 중 의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이 자·타의로 줄줄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자칫 상호 간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대화방이 통째로 공개됐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라지만, 장시간 나눈 대화의 내용이 그대로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작은 '대화방 일부'였지만, 당 안팎에서는 "앞뒤 내용이 잘렸다"며 '악마의 편집'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반격하듯 전문 공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간 누구의 입을 빌려 어느 정도 공개되는 일이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캡처본과 함께 내부 대화를 갖다 바친 건 상호 간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 육성 녹취록까지 유출됐다. 내밀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저열한 행위"라면서 비판을 쏟아내며 유감을 표했다. 몇몇 의원은 단체 대화방에서 퇴장하는 등 에둘러 항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중요한 회의의 목소리가 그대로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녹취록 유출은 참으로 철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총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외부에 방해받지 않고 당내 현안에 대한 속내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이라며 "그런데 어떤 동의도, 필터링도 없이 공개됐다. 이는 모든 소통 창구를 봉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 ▲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조국혁신당 단체 대화방 내용.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조국혁신당 단체 대화방 내용.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다른 원내 정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도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담긴 자당 텔레그램 대화방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사례와는 다르게 소속 의원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에 공개했으나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개되는 과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적게는 열댓 명에서 많게는 150명이 넘게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가 무분별하게 외부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대화방 참여자에 대한 동의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진상 파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개하는 것이라면 대부분 수긍하겠지만 이번처럼 '그땐 그랬습니다'라는 식의 공개는 대화방 성격에 맞지 않다"며 "공개된 대화에 별 내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분명히 당황스럽고 불편했을 것이다.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