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배님 먼저" … 화기애애 분위기 속 신경전"탄핵안 철회" vs "전쟁처럼 상대방 제거 안 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중앙대 법학과' 동문인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마주 앉았다. 2022년 회동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두 사람은 밝은 얼굴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협치'를 강조했지만, 현안에 대해선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취임 후 예방 차원에서 18일 오후 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았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을 환한 얼굴로 반겼다.

    이 대표는 "선배님 먼저"라며 권 원내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중앙대 80학번인 권 원내대표는 82학번인 이 대표보다 2년 선배다.

    이에 마이크를 잡은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일행을 환영해준 우리 이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말 문을 열었지만 곧바로 신경전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큰 혼란과 충격을 겪었다"며 "이렇게 어려울수록 행정부는 행정부 나름대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고 사법부는 흔들림 없이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향한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항소심 개시 지연을 위해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고의로 수령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법부의 신속·공정 판결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어 "입법부만 좀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머리 맞대면 이 혼란한 정국을 잘 수습할 거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제 변경을 위한 개헌과 민주당에서 밀어붙인 탄핵소추안 철회를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헌정사에 세 번에 걸쳐 탄핵 정국이 있었는데,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정치 구조, 소위 말해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 이 시점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로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안을 포함해 총 14건의 탄핵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 탄핵안을 언제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 성격의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요청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대신 "현재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태여서 국정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전협의체'에 여당이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약간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기에 국회 1·2당과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실제 협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한 부분까지도 다 양보할 수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내 교섭단체로서 실질적인 협의를 할 방안을 강구해 달라. 원내대표단끼리 국회 운영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 대 당 토론이나 논의는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창구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경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조속히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했으면 좋겠다. 이 부분에 대해 전향적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치 복원을 강조했다. 그는 "마치 전쟁처럼 상대방을 제거해 버린다든지 오로지 나 혼자만 살겠다는 태도를 가지면 공동체 유지가 될 수 없다"며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해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 '정적 제거용'이라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 왔는데, 이를 거듭 '전쟁'에 빗대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약 3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 대표간 대화하는 자리를 늘리고 AI기본법 등 민생경제 현안과 관련한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적극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