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녹화·협박·유포한 男 1·2심서 징역 4년대법 "직접 촬영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처벌 안돼"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가 나오는 모습을 녹화해 저장한 경우 성폭력범죄처법벌상 불법촬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하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0월31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키르기스스탄 국적)는 지난해 5월 나체 상태로 샤워 중인 피해자(러시아 국적)와 영상통화를 하며 영상을 녹화하고 피해자와 이별한 후 녹화한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했다. 

    또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문을 열려고 하거나 나체 영상을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검찰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이용협박 ▲주거침입미수 ▲스토킹처벌법 위반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반포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피해자 몰래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이를 유포할 듯이 협박했고 실제로 온라인에 전시했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도 A씨가 받는 혐의 중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까지 적용해 1과 같이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받은 혐의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A씨가 피해자의 알몸을 '직접 촬영' 하지는 않았으므로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 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선 대법원 판례도 '알몸 영상 녹화'를 같은 맥락으로 봤다. 대법원은 2013년 6월 여중생의 알몸을 1:1 화상채팅에서 녹화한 남성에게 강요·협박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