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성분 변경…"제조·판매 고의성 인정 어려워"FDA, 인보사 3상 진행 승인…"한국과 다른 판단"'차명주식' 송문수 네오뷰코오롱 사장, 벌금 1000만원
  • ▲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29. ⓒ뉴시스
    ▲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29. ⓒ뉴시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변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68) 코오롱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67) 대표를 비롯해 관련자와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송문수(76) 네오뷰코오롱 사장은 이 명예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줘 코오롱생명과학 차명주식 관련 일부 유죄가 인정되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무죄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앞선 별건 재판에서 이미 판단이 내려졌다고 보고 면소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단지 품목허가 시험검사 서류에 기재된 성분과 실제 제조·판매된 성분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라 평가하고 범죄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인보사는 품목허가 과정에서 실제 시험과 동일한 제품으로 사후적 변경이 이뤄진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30일 이후"라며 "2019년 3월까지 제조·판매한 인보사는 품목허가 당시와 다른 의약품으로 단정하고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에게 안정성을 속였다는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보사는 전문의약품으로 환자들이 효능을 스스로 판단해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처방하는 것"이라며 "광고물 기재 내용이 의사들을 오인·혼동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인보사의 안전성 우려가 어느 정도 증가됐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았고 과학적 관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정성에 관한 티슈진 소명을 받아들여 임상 중단 명령을 해제한 뒤 3상 절차가 진행됐고 2024년 7월에는 환자 투약을 마친 사실이 확인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국제회계처리기준은 구체적 회계처리 방법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으로 회계처리 하는 기본과 방법을 제시하는 원칙론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명백한 불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9년 인보사 사태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사후 판매를 중단시키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치와 진행 경과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FDA는 ▲2액 세포기원 착오원인 ▲안전성 우려 등을 과학적 검토를 통해 해소됐다고 보고 자국민을 위한 임상3상 개시를 승인해 완료했다"면서도 "한국은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한 후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과 임원진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뉴데일리 DB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뉴데일리 DB
    재판부는 "이제 1심 판결이지만 만약 최종적 판단이 이 법원의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소송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과학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다"고 덧붙였다

    무죄 판단을 받은 이 명예회장은 법정을 나선 뒤 취재진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허가받으면서 치료제의 주성분이 '동종유래연골세포'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보사의 주성분이 종양 유발 위험이 있다고 알려진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변경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품은 2019년 3월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식약처는 2019년 5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로 작성·제출했다고 보고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2019년 6월 이 명예회장 등이 인보사 주성분 등의 변경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과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이들이 제품의 주성분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변경해 생산·판매하면서 약 160억 원을 편취했다고 봤다.

    이 명예회장은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변경 ▲미국 임상 중단 ▲차명주식 보유 사실 등을 허위로 알리거나 은폐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 외에도 2011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국내 임상에 참여한 책임의사 2명에게 스톡옵션 1만 주(매도금액 약 40억 원)를 제공하고 2017년 4월 무상으로 주식을 교부한 혐의가 있다.

    2015년 11월~2016년 5월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차명주식을 매도하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로 약 77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매한 혐의도 있다.

    이 명예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 추정에 의존해 공소사실을 구성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이 명예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5000억 원을 구형하고 약 34억 원의 추징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우석 대표에게도 동일한 형량을 구형했다.

    이 명예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은 그가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