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 7개 모여 북한군에 공개 서한"무주고혼 되지 말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라"
  • ▲ 우크라이나 유력 언론인 안드리 차플리엔코(56)는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 우크라이나 유력 언론인 안드리 차플리엔코(56)는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쿠르스크 지역 북한군의 최초 동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3건의 영상을 올렸다. ⓒ뉴시스
    북한인권단체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의 참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북한 군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북한의 문법을 사용해 참전의 무의미함을 전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20일 국문과 영문으로 쓴 '로씨야(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북한정의연대·6·25 국군포로가족회·물망초·노체인·징검다리·씽크·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 등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동무들은 왜 조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로씨야 변방 꾸르스끄(쿠르스크)에서 로씨야군 군복을 입고 로씨야 군관의 지휘를 받으며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돌격 명령을 받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며 "동무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지금 왜 로씨야와 싸우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민족은 조선 민족처럼 수 세기 동안 로씨야 제국을 비롯한 외세 지배하에 신음해 오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비로소 독립 국가가 됐다"며 "이렇게 간신히 독립을 되찾은 우크라이나의 자주 노선이 마음에 들지 않던 러시아의 울라지미르 뿌찐(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2022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다시 잡아먹기 위한 전면 침략전을 개시했다"고 했다.
  • ▲ 북한인권단체 7곳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북한군인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 ⓒ물망초 홈페이지 캡처
    ▲ 북한인권단체 7곳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북한군인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 ⓒ물망초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참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설명했다. 단체들은 "로씨야군은 압도적 물량 공세에도 우크라이나 인민의 항전이 계속되자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인민의 전의에 로씨야군의 인명 피해가 늘어만 가고 로씨야 인민도 명분 없는 침략 전쟁과 전쟁 범죄에 피 흘리기를 꺼리자 절박해진 뿌찐 대통령이 24년간 방문한 적도 없는 북조선에 도움을 청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무들은 조국과 민족을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된 훈련과 배고픔을 견디면서 군인으로 애국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크라이나 인민이 우리 조선 민족에게 해를 가한 적이 있었는가"라며 "왜 조국과 민족을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아무 죄 없는 우크라이나 인민을 상대로 총부리를 겨누는 것인가"라고 했다. 

    참전한 북한군들이 생각을 바꿀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총을 내려놓고 정의의 편에 서라"라며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을 위해 타향에서 무주고혼(無主孤魂·자손이나 모셔 줄 사람이 없어서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혼령)이 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침략자들을 상대로 모든 것을 바쳐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민과 함께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단체들은 이 서한을 북한의 문법과 영문을 통해 현지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우리는 이 공개서한이 러시아군에 편입돼 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최대한 많이 전달되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 화상 연설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1만1000명의 북한 군인들을 데려와 배치했다"며 "이 규모가 1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