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보도…"소니 등 日 기업 신사업 살핀다"주력 사업 위기에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 재현선대회장의 사적 모임 재개 등 日 기업과 협력체계 구축도미래사업기획단, 미국-유럽 등 전자기업 '위기극복' 사례도 골몰
  • ▲ 삼성. 240524 사진=정상윤 기자
    ▲ 삼성. 240524 사진=정상윤 기자
    삼성전자 경영진이 직접 위기 상황을 인정하고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업체들의 사업을 분석하는 등 '일본 배우기'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에는 기업 창립 10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신사업 발굴', '사업구조 개선' 등을 시도하면서 위기를 돌파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최근 전자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소니'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오랜 기간 업력을 가진 전자업체들을 적극 연구하면서 위기돌파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사업기획단을 통해 일본의 전자기업들에 관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집중 연구하는 주제가 '일본 전자기업의 쇠퇴와 부활'이며 일본의 대표 기업인 소니와 히타치 제작소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일본기업 연구에 나선 것은 일본 전자산업에서 사례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장기간 업력을 이어온 기업들의 신사업 발굴 노하우를 비롯해 사업구조 및 체질 개선 등 경영 전반에 대해 배우겠다는 것이다.

    1920년 설립된 히타치 제작소의 경우 2010년 전후 파산 위기를 맞았지만,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비대한 사업구조를 디지털과 송배전·철도, 반도체 제조장치 등으로 집약했다. 1946년 세워진 소니 또한 영화, 게임, 음악 등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하며 경영위기를 타개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전통의 전자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사업을 발굴했는지, 어떻게 경영을 이어왔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피고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110개에 이르는 폭넓은 산업 분야 가운데 고수익 사업들을 분석하며 삼성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주력 사업의 위기에 따라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2000년대 후반 삼성 인원들이 "우리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보고하자 "왜 일본의 저력을 보지 않느냐. 우리도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기업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일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일본기업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연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주요 부품 협력사들과의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인 친구들(LJF)'을 열 가능성도 있다. 이 모임은 이 선대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가전 분야 부품·소재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1993년부터 이어져 온 사적 모임이다.

    지난해 10월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승지원에서 LJF 교류회를 주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에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연구소도 짓고 있다.

    한편 신사업 발굴의 핵심 조직인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은 지난해 11월 신설됐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전자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5월 경계현 사장이 단장으로 취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위기 상황에서 신사업뿐만 아니라 일본기업들의 위기돌파 사례까지 함께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