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양문석 발언에 사과·의원직 사퇴 촉구"김대중, 김정숙도 국악 아껴주고 초청했다" "우리 공연 본 그분들도 기생으로 인식했겠나"
  • ▲ 국가무형문화재 이영희 명인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생집' 발언을 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이영희 명인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생집' 발언을 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간담회에 국악인들의 가야금 연주가 이뤄진 것을 두고 '공연 상납', '기생집' 등으로 표현한 데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80여 명의 국악인이 직접 양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이영희 명인, 신형희 명창 등을 비롯한 국악인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생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침묵을 이어가는 양 의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영희 명인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희를 귀히 여기고 청와대 영빈관으로 모두 초청해 전통을 지키는 데 열심히 일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김대중 대통령 이상으로 저희를 아껴주고 영빈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저희를 지극히 아껴주고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우리 공연을 보셨으니 그 자리를 기생의 자리로 인식하셨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또 "국민은 저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다. 전통을 지키고 계승·발전시켜 우리의 얼을 살리는 인재로 인정하지, 양문석 의원처럼 저희를 기생 취급은 안 하실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신영희 명창도 "72년 평생을 소리만 했다. 예술을 공부하고 전통을 이어가면서 고생했는데, 가야금하고 창을 한다고 해서 어떻게 기생 취급을 할 수 있나"라며 "명색이 한 지역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이런 품격 없는 언어를 쓰나. 70년 평생 소리만 한 사람들에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사죄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춘희 명창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뼈아프게 피눈물을 쏟아가면서 노력해 온 후학들,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왔다"며 "한 나라의 국회의원, 한 지역을 대표하는 분이 그런 막말을 해서 되겠나. 반드시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사과를 꼭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명창의 호소에 수십 명의 국악인도 함께 울먹이며 박수로 호응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우리 같은 소리꾼, 문화인들한테 함부로 무식하고 생각 없이 내뱉은 말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서 나서주고 사죄한다면 물고 늘어지지 않겠다"고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양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지난 4월 김 여사가 참석한 청와대 상춘재 간담회에서 국악인들이 가야금을 연주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이 왔다고 공연 상납하고, 강제 동원해서 연주시키고 사극 정승판서들 앞에서 공연하는 모습과 똑같은 것 아닌가"라며 "이분들이 기생인가, (청와대를) 기생집을 만들어 놨나"라고 발언해 파장이 일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관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국감 상황을 전해 들으신 선생님들께서 염려했던 대로 너무 상처를 받아서 얘기를 해야겠다고 해 모시게 됐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전했다.

    배 의원은 "이건 여야를 떠나 힘들게 척박한 환경에서 전통을 지켜오신 선생님들께 모욕적인 얘기"라며 "그런데 민주당과 양 의원이 여태까지도 아무 말이 없다. 비유를 썼다고 하는데 그 비유조차 하면 안 된다는 걸 국감장에서도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0세가 넘으신 선생님들까지 오셔서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하시는데 반성하고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