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통일, 하지 말자…두 개의 국가 수용하자"용산 "반헌법적 발상"…與 "김정은과 일심동체"
  • ▲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통일, 하지 말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실상 북한이 지향하는 '반(反)통일 두 국가'를 수용하자는 취지로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성격을 '방어용'이라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야권 인사들의 대북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남북이) 그냥 따로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에 대해서는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했다.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은 북한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토이기에 북한은 외국의 개념이 아니다. 즉, 헌법을 고쳐서라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자는 게 임 전 실장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한 헌법 4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며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19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은 1989년 임수경 씨 방북을 주도한 인물이다. 평생 통일을 주장한 사람이 '통일하지 말자'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임 전 실장이 최근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의 대남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정의했다.

    올해 1월에는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을 지시했다. 헌법 개정은 다음 달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20여 일 앞두고 임 전 실장이 '반통일 두 국가론'을 거론한 것이다.

    이와 관련,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반미자주통일과 남북연방제를 외치던 전대협 의장 출신 임종석 실장님은 어디로 갔나"라며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선대의 유훈이던 통일까지 폐기하자마자 30년 동안 지켜온 신념까지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며 김정은과 일심동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이 오늘도 오물풍선과 미사일을 쏴 대며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은 인지하고 계신 건가"라며 "임 전 실장의 북한에 대한 애정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인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을 '방어적 목적'이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하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방어를 위한 핵'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밝힌 핵 개발 명분과 유사해 북한의 논리를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내에도 "북핵은 공포의 대상이다. 공격용으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늘 발언이나 행동의 맥락을 보면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며 "통일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필요 없다고 북한에서 주장하면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