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부품 공장, 1곳씩 폐쇄 검토"구조조정도 예고…2만명 감원 가능성'친환경'에 얽매여 글로벌 경쟁력 놓쳐
  • ▲ 폭스바겐. 폭스바겐 미국 제공. 191016 AP/뉴시스. ⓒ뉴시스
    ▲ 폭스바겐. 폭스바겐 미국 제공. 191016 AP/뉴시스. ⓒ뉴시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및 현지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오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2일(현지시각) 노사협의회에서 "경제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새로운 업체들이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한 비용절감 조치로는 부족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경영진은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잘츠기터 등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39년 폭스바겐 설립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은 없다.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협약도 종료하겠다면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자동차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진은 2026년까지 100억유로(약 14조원)로 책정한 비용절감 목표를 40억~50억유로(약 5조9000억~7조4000억원) 더 높일 계획이라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ING리서치의 거시 글로벌 책임자인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이번 결정이 수년간의 경제 침체와 성장 없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치열한 저항'을 예고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수익성과 고용 안정성이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수십년간 합의에 경영진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산업노조(IG메탈)는 "폭스바겐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단행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내몰렸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친환경을 위한 이상적인 대책이지만, 폭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100년 이상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온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규제가 옥죄어오면서 급하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지만, 내연기관차만큼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자 손실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과거 유럽 기술을 전수받았던 중국이 전기차 굴기로 유럽까지 진출하면서 안방까지 내주게 될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