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매주 알리·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 해외직구 제품 안전성 검사결과 발표기준치 수백배 발암물질 등 소비자 피해 우려 심각오세훈 시장 '공공 역할'을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
  • ▲ 박상진 서울시 소비자보호팀장이 지난 5월 인체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된 해외직구 어린이용 머리띠와 시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박상진 서울시 소비자보호팀장이 지난 5월 인체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된 해외직구 어린이용 머리띠와 시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알리발 어린이 자전거 내분비계 교란물질 기준치 258배', '생식기능에 악영향', '알리 자전거의 배신', '싼 맛에 알리서 아이 자전거 사줬는데…'

    오늘 하루 인터넷을 달군 기사 제목이다. 서울시가 28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 자전거, 안경, 선글라스 등 16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8개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넘어선 유해 물질이 나왔고 모든 언론사가 이를 주요 기사로 받아썼다. 

    심지어 얼굴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어린이용 안경테 2종에서도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1종에서는 코받침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 대비 170배 초과 검출됐다. 테무에서 팔리는 다른 종에서는 안경다리 부분에서 국내 기준치를 238배 초과하는 납이 나왔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정자 수 감소, 불임, 조산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접촉 시 눈이나 피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납 역시 안전기준 이상으로 노출되면 생식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고 암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임신 중에는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 학습과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발암물질인 것이다. 서울시가 매주 진행 중인 해외 직구상품에 대한 안전성검사 결과, 매번 기준치의 수백배에 이르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사실 서울시의 발표는 지난 4월부터 계속됐지만 알리·테무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히 서울시는 발암물질이 어린이에게 주는 피해가 큰 만큼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사용하는 제품에 우선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달간 93개 제품에 대해 우선적으로 진행했고 43%에 달하는 40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과 기업 보호는 해외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시민 안전과 기업 보호에 있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고 방침을 철회하는 등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안전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상품에 대한 해외 직구를 금지하려다가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았던 것이다.

    오 시장의 행보는 해외 직구 규제를 추진하다가 번복한 정부의 태도와 대조되며 눈길을 끈다. 이는 해외 직구 문제점을 검사결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리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정부의 미숙한 점은 지적하고 대안을 자처, 윤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국가기술표준원 안전인증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FITI시험연구원, KATRI시험연구원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곳에서 연일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협약식에서 오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은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만 시민의 안전한 삶을 지키는 것은 서울시의 책무"라며 "앞으로도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모든 기관과 다각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달에는 검사 대상을 확대해 피부 접촉이 많은 노리개 젖꼭지와 휴대폰 케이스, 그립톡 등 합성수지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될 수록 오 시장의 입지는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