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22대 들어 과학·기술법안 단 한 차례 논의도 없어민주당, 과반 넘는 의석 확보하고 방송 관련 전체회의만소위는 가동도 못 해 … 계류법 114개 中 과기법안이 80%선진국, AI 시대 위해 법 정비 … 한국 'AI기본법' 논의 無
  • ▲ 최민희 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민희 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정쟁'에만 집중하면서 회의를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온다. 

    방통위 이외에 과학과 기술, 통신 관련 현안을 다뤄야 하는 과방위가 정작 민생 밀착형 법안 논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방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통위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분야를 모두 스톱시킨 채로 방통위만 다루면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한테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과방위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20명 중 11명이 민주당이고 국민의힘이 7명,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1명이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개의와 산회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과방위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석 달간 전체 상임위에서 가장 많은 18번의 전체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모두 방송과 관련한 사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을 '방송 장악'이라며 청문회만 3번이나 열었다.

    문제는 과학·기술 관련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방위 산하 2개의 법안심사소위(과학기술원자력 법안소위, 정보통신방송 법안소위)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22일 현재 과방위에는 114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고 이 중 80%가량은 과학·기술 법안이다.

    특히 정부가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AI(인공지능)산업의 밑바탕이 될 'AI기본법'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이미 여야가 합의를 이뤄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앞으로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AI기본법은 AI 개념을 정의하고 AI 산업 육성 근거, AI 안정성 확보 등이 총체적으로 담긴 법안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청문회에서 "AI 발전은 민관이 함께 풀어가야 해, 민간(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초기 진흥책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U(유럽연합)와 미국은 이미 AI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발빠르게 법을 정비하고 있다. 이미 AI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앞다퉈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법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EU에서는 지난 1일부터 이미 AI법이 시행되고 있다. AI의 위험 분류군을 나눠 인권 침해 등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서는 지난 18일 '첨단 AI시스템을 위한 안전과 보안 혁신법'이 통과됐다. AI로 인한 중대 피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 사회가 빠르게 AI시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과방위는 '정쟁 법안'에만 혈안이 돼 있다.

    22대 국회 과방위가 처리한 법안은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한 '방송 4법'뿐이다. 공식 명칭은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다.

    모두 방통위와 공영방송사를 둘러싼 '정쟁형 법안'으로 불린다. 이 마저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해도 이를 조정하고 민생 법안을 챙겨야 할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오히려 대화의 '방해물'을 자처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과방위 전체회의 도중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십니까"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사과했다.

    또 그는 지난달 26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향해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의 사과 요구에도 그는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여당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법안들이 있는데 이런 점은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신경도 안 쓰고 있다"며 "싸워도 말려야 할 사람이 싸우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구니까 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느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