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역주행 시작 무렵부터 차량속도 급증"국과수 "제동장치 작동 않더라도 제동등은 작동"9명 사망·7명 부상 …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
  • ▲ 서울 중구 시청역 앞 사고현장. ⓒ서성진 기자
    ▲ 서울 중구 시청역 앞 사고현장. ⓒ서성진 기자
    검찰이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를 20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이날 차모(68)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치상)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던 중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했다. 차씨는 이 사고로 9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5명에 중·경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는 호텔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상당 구간 급발진이 있었다고 했지만 전자장치 저장 정보, 블랙박스 영상 모두 지하 주차장을 지나 역주행 시작 무렵에서부터 차량 속도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또한 "우측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은 제동 페달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을 때의 것과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도 전했다.

    앞서 차씨는 3차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제동등에 점등이 되지 않았음에도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실험을 요청하고 차량에서 진공배력 장치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제동등이 점등된다는 사실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도 지난 1일 오전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나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의 차량은 인도의 행인들을 칠 당시 시속 107㎞까지 속도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서는 가속장치·제동장치가 기계적 결함을 일으킨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기록장치(EDR)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EDR 분석상 제동 페달(브레이크)은 사고 발생 5.0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등이 점멸하는 것 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차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액셀)을 밟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액셀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차씨가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고 사고 당시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30일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차씨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