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이진숙, 오보참사 낸 장본인"MBC3노조 "적반하장도 정도껏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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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준비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 과천=정상윤 기자
'비난 여론'의 근원지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 그중에서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을 중심으로 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총대를 맨 모양새다.
이들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직후부터 연일 비난 성명으로 후보자의 '과거'를 들춰내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MBC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일하며 'MBC 사영화' 추진에 앞장섰고, MBC기자협회에서도 제명된 '언론장악 부역자'라며 비난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걸프전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여걸'의 모습으로 각인된 이 후보자를 겨냥해 느닷없이 비방에 가까운 기사들이 쇄도하자, 온라인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걸프전'에 이어 '이라크전'에서도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여성 기자'의 명성을 드높였던 그가 언론계 후배들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는 게 납득이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 후보자의 까마득한 후배뻘인 한 여기자는 "어린 시절 TV로 이 후보자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기자의 꿈을 키워왔는데, 막상 언론사에 들어와 보니 선배들 사이에 평판이 엇갈려 당혹스러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MBC노조 "'특종 기자 이진숙' 모욕 말라"
그렇다면 실제 팩트는 어떨까. 이 후보자가 기자로 활동할 때 함께 일했던 동료·후배들은 "이진숙 기자는 명실공히 '특종 기자'로서 MBC 기자들 사이에 귀감이 돼 많은 후배기자들이 그를 배우려 했고,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기자가 입사한 1986년은 우리 사회에 민주화 열기가 불어닥치며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특권들을 기자들이 고발하고 여성에 대한 '금단의 벽'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시기로, 그 선봉에 섰던 이 기자는 언론사 기자들이 당연히 생각하며 담론화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지상파 메인 뉴스에 '특종'으로 터뜨렸던 '스타 기자'였다는 것이다.
MBC노동조합(3노조, 공동비대위원장 오정환·강명일)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거 공항출입기자로 일할 때 국회의원들이 '공항 VIP실' 내규를 무시하고 VIP실을 자신의 안방처럼 무단 이용하는 관행을 고발해 이 관행을 철폐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1등석에 VIP석을 지정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관행이 없어진 것도 이 후보자의 특종 보도 때문이라는 게 MBC노조의 주장이다.
이후 '이 기자'는 '일부 택시기사들이 택시미터기 봉인을 풀고 미터기를 조작해 20~60% 요금을 올린다'는 특종을 터뜨려, 이른바 '봉인장치'에 대한 지자체의 단속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MBC 사회부 후배기자들은 '이 기자'의 취재를 이어받아 연이어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고, 결국 다함께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공'을 세우게 됐다는 게 MBC노조원들이 기억하는 이 후보자의 모습이다.
◆언론노조 "이진숙은 '언론장악 부역자'"
물론 MBC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는 언론노조 등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이 후보자는 방송사 내부에서 정권과 손발을 맞춘 '언론장악 부역자였다'"며 대통령이 그를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방송장악의 최종 목표인 'MBC 점령 작전'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후보자를 'MBC의 흑역사'를 장식한 인물로 폄훼하고 있는 이들은 "△이 후보자가 2012년 MBC 기획홍보본부장에 재직할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찾아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한 전력이 있고 △박근혜 정부 시절 대전MBC 사장으로 영전돼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보도를 축소하는가 하면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도 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근거가 없거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매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MBC노조의 주장이다.
MBC노조는 "2008년 당시 '광우병 허위보도'로 온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 시위에 동참했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됐다"며 "이러한 광우병 보도에도 MBC는 전혀 자성하지 않았고,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2012년 초 무려 170일간 파업을 해 극도로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되짚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MBC가 자체적으로 개혁 방안을 모색하던 와중에 '지분 매각'이라는 방법을 꺼낸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정한 MBC노조는 "당시 언론노조가 이 후보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수혜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혐의 처리됐다"고 밝혔다.
또한 MBC노조는 "언론노조가 '부역자'라고 말하면 실제로 '부역자'가 되는 것이냐"며 "2017년 말 민주당의 지령을 받은 좌파 진영이 고대영·김장겸 사장을 협박, 반강제적으로 끌어내린 일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이 블랙리스트, '부역자'가 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 후보자가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MBC노조는 "이 후보자는 이태원 참사 당일과 전날에 KBS와 MBC가 각각 사고 현장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홍보하는 내용의 뉴스 중계를 앞다퉈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 일뿐"이라며 "방송사들이 이태원 참사를 기획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발생 경위
MBC노조는 '이 후보자가 2014년 세월호 오보 참사를 낸 장본인'이라는 언론노조의 주장도 반박했다.
MBC노조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주도한 것"이라며 "당시 MBC 보도본부장이었던 이 후보자의 책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 1분 7초에 MBN이 복대 자막으로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라고 보도하고, 이어 MBC도 11시 1분 26초에 <안산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구조>라는 자막보도를 내면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가 널리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의 출처에 대해 MBN 기자는 '단원고 강당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이 말하는 걸 듣고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세월호 특조위 조사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MBC 기자는 'MBN 기자의 통화내용을 듣고 단원고 현지 취재 중인 기자에게 확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MBC에서 시경을 출입하던 MBC 사회2부 노OO 기자가 MBN 기자로부터 '전원구조' 이야기를 듣고, 단원고에서 취재하던 정OO 기자에게 연락해 "맞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고.
이에 해당 내용을 회사에 있던 박OO 기자에게 전달했고, 박OO 기자가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자막 문구를 작성해 직접 그래픽실로 가져가 방송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그래픽실에는 보도국 주간뉴스부(편집부) 양OO 기자가 자막을 확인하고 있었고, 뉴스 스튜디오에서는 윤OO 기자가 PD를 맡고 있었다.
이러한 '전원구조 오보'는 생방송 리포트로도 방송됐는데, 오전 11시 33분경 서울 MBC 오OO 기자가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이 325명이였고, 이 학생들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정부가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11시 36분경 목포MBC 양OO 기자가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은 이곳에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고, 서울MBC 염OO 기자는 "조금 전 경기교육청 대책반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은 모두 구조됐다고 밝힌 상태입니다"라고 엇갈리게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보 관련자 15人'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아
이와 관련, MBC노조는 "방송사 내 취재의 중추였던 시경 캡 노OO 기자가 '팩트를 확인했다'고 한 이상, 서울 MBC의 간부들이 이를 반박하면서까지 목포MBC의 보도를 직접 인용하기는 어려웠다"며 "목포MBC 기자는 협력사이지 본사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C노조는 "일차적으로 시경 캡 노OO 기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지난 10년간 어느 누구도 그를 징계하지 않았고 오히려 목포MBC의 '전원구조가 아닐 수 있다'는 보고를 무시했다면서 서울MBC의 전국부장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거론된 △시경 캡 사회2부 노OO 기자 △단원고 출입 정OO 기자, 박OO 기자 △주간뉴스부 양OO 기자 △뉴스 스튜디오 윤OO 기자 △방송을 한 MBC 오OO 기자, 염OO 기자 등은 모두 민노총 언론노조원"이라고 밝혔다.
MBC노조는 "2018년 3월 최승호 MBC 사장이 '정상화위원회'라는 조사기구를 신설해 '전원구조 오보'와 관련된 민노총 기자 15명을 조사했지만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MBC 전국부장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며 "그런데 그 언론노조가 '이 후보자가 당시 보도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이었다'면서 공격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노총 언론노조는 지금까지 틈만 나면 '국장 책임제'를 외치면서 보도의 구체적인 사안에 보도본부장이 개입하는 것은 단체협약과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전제한 MBC노조는 "이제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전원구조 오보'를 실행했던 15명의 민노총 언론노조원 기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 있는가? 이제부터라도 공영방송을 '보도본부장 책임제'로 돌리는 것에 찬성하는가?"라고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MBC의 세월호 오보 사태를 생생히 기억한다는 오정환 MBC노조 비대위원장은 "'전원구조'라는 자막은 급하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방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송됐는데, 당시 문제의 자막이 취재부서 부장 또는 데스크를 거쳐 편집부장 또는 편집센터장에게 전달되고 다시 확인 과정을 거쳐 그래픽실로 향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쳤다면, 190여 명 또는 107명을 구조했다는 직전 리포트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을 (기자들에게)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오보는 이처럼 노OO 정OO 박OO 양OO 윤OO 오OO 염OO 기자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대됐으나, MBC는 이들이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당시 MBC 재난보도 준칙이 '재난 희생자 숫자는 정부의 발표에 따르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들이 소속된 언론노조와 기자회가 '전원구조 오보'를 당시 MBC 경영진을 흔드는 소재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만일 오보의 당사자들이 경영진 비방에 합류했다면 양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