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공적연금, 1분기 자산 규모 1.5조달러WSJ "달러 자산 10%만 팔아도 1500억달러"5년 만에 포트폴리오 재편 예정…엔화 비중 확대 가능성
  •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40426 ⓒ뉴시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40426 ⓒ뉴시스
    일본 정부 연기금이 달러 자산을 엔화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시장 분석가들은 일본 연기금이 5년 만에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3월31일 기준으로 자산이 246조엔(약 1조5300억달러)에 달한다. 2조86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사회보장신탁기금에 이은 세계 2위 연기금이다.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의 투자자산 재조정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기금이 자산의 10%를 외화에서 엔화로 옮기기만 해도 약 1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GPIF는 5년에 한 번씩 투자전략 검토에 착수한다. 내년 4월 공식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더욱 원활한 전략 전환을 위해 자산비중 변화를 앞당기는 경우가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앵그릭 경제학자는 "10년 전에 한 방향(달러 자산 매입)으로 전환한 것을 보면 이제는 정반대 방향(엔화 자산 매입)으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달러 비축은 일종의 보험으로 볼 수 있다면서 "상황이 어려워지는 시점에 그 돈을 사용하려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근로자들이 내는 연금보험료 중 연금비용을 충당하고 남는 부분을 달러로 전환해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GPIF 총액의 절반가량이 달러화로 된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됐다. 기존 23%였던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2014년 40%로 늘렸고, 2020년 50%로 더 높이면서다.

    이는 일본의 다른 대형 기관투자사들도 GPIF의 투자전략을 따라가게 했고, 결국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미국과 일본의 주가를 부양하는 데 일정 정도 이바지했다.

    GPIF의 최근 분기 투자수익률은 전년동기대비 23%가량 느는 등 효과도 냈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투자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해외자산 투자의 경우 환율변동성 등을 이유로 위험하다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는 '일본 정부가 자국 통화인 엔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신호를 글로벌 시장에 간접적으로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미국 사회보장신탁기금이 미국 국채만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기도 하다.

    엔화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GPIF의 투자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최근 160~161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엔저는 도요타 등 수출업체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휘발유와 식료품 등 수입품의 일본 내 가격이 치솟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 이에 그간 수익창출 목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해 온 연기금의 투자전략이 일본 정부의 달러 매도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무라연구소의 타카히데 키우치 경제학자는 "일본의 장기 금리가 최근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연기금의 상황을 정상화하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GPIF의 엔화 매수에도 3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엔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