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8월 1일 '갤러리 엘비스'서 열려
  • ▲ Blaupause 2023 oil canvas 80x 120cm. ⓒGallery LVS
    ▲ Blaupause 2023 oil canvas 80x 120cm. ⓒGallery LVS
    "화가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도 보이는 것을 그려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자기 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악셀 크라우제(Axel Krause)가 자신의 개인전 '블라우 퍼즈(BLAU PAUSE)'를 알리는 작가의 변(辯)에서 "제가 하는 일은 제 안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예를 들면 두려움이나 소망·야망·억압 같은 기억 △신나는 일 △건설적인 생각 △질서를 사랑하는 일 △터무니없고 혼란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정보 등을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명언을 인용해 자고로 화가란 자신의 내면을 관조(觀照), 이를 캔버스에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진부하고 일상적인 이미지, 초현실적이거나 이국적인 이미지를 함께 상상해 보라"며 "최상의 시나리오는 저와 관람자가 특별하게 연결되는 것, 즉 공명(共鳴)을 생성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의 관객들과 다시 '공명'하기 위해 7년 만에 전시회를 여는 악셀 크라우제는 독일어로 '청사진'을 뜻하는 '블라우 퍼즈(BLAU PAUSE)'를 이번 개인전의 타이틀로 삼았다.

    "파란색(Blau)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야행성, 우울함, 우울함, 갈망의 측면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휴식(Pause)은 비활성 상태, 일시 중지 상태로 이해됩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 백일몽에 빠져, 그리고 싶은 구성을 상상할 때 제 안에 숨겨진 이미지를 찾는 과정에서 잠깐의 우울한 순간을 느낍니다. 그 순간의 이미지들이 캔버스에서 최종 형태, 즉 청사진으로 완성되는 겁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과거와 현재의 작품 20여 점을 모았다는 악셀은 "이미지의 배열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원칙을 따르며 객관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느낌에서 디자인을 거쳐 그림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기획 단계부터 작품으로 구현되기까지의 긴장감과 함께 특별한 매력을 표현한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는 악셀.

    "작품은 과거에 대한 성찰이자 현재에 대한 주관적인 성찰"이라며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이미지들의 관계성은 이제 저와 관람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된다"고 설명한 악셀은 "감정과 영혼의 편지인 이 이미지들이 잘 전달된다면, 저와 관람자는 친밀하고 유대적인 관계로 연결되리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악셀의 네 번째 한국 전시회인 '블라우 퍼즈'는 7월 4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엘비스(Gallery LVS)'에서 열린다.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7월 3일까지 VIP 프리뷰를 진행한 '갤러리 엘비스'는 4일 오후 5시 악셀이 직접 참석하는 오프닝 리셉션을 가질 계획이다. ☎ 02-3443-7475 / E. info@gallerylvs.org
  • ▲ Das Schweigen 2023 oil-canvas 120 x 160 cm. ⓒGallery LVS
    ▲ Das Schweigen 2023 oil-canvas 120 x 160 cm. ⓒGallery LVS
    ◆ "작품 주제의 전달자는 바로 관객 자신"

    독일 통일 전후 긴장이 고조된 사회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악셀은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장면을 정제된 색채와 구도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악셀은 1958년 동독 할레에서 태어나 기술공, 군인, 백화점 데코레이터, 라이프치히 오페라 회화실 연극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청년기를 보냈다. 1981년 본격적으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폴커 슈텔츠만, 아르노 링크와 같은 라이프치히 화파 2세대를 사사했다. 악셀은 동독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동서 분단으로 인한 경제 쇠퇴와 시민들의 파산, 노동자 파업, 베를린 장벽까지 정치적 억압과 불황이 만연한 감시체제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생활했다.

    1980년대 라이프치히 화파의 본고장인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공부하며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혼돈의 분위기 속에서 자유와 쾌락을 갈망하던 당시 청년들의 야망과도 같은 대형 포맷의 회화를 제작했다. 억압받고 제약적인 사회의 폐쇄적인 면모를 회화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악셀은 전에 느낄 수 없었던 기쁨과 해방감을 느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내면의 예술적인 힘에 동화됐고, 고통스러운 현 상황을 초월하는 거대하고 긍정적인 활력을 예술에서 발견했다.

    악셀은 동문 네오 라우흐와 동시 작업으로 불안하고 혼란한 동독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1985년 당시 창문 표면의 소음을 주제로, 훈련캠프에 집합된 무력한 위치의 동독 청년들의 활력을 거대한 '고치'에 비유, 블랙 코미디식으로 표현했다. 현재까지도 창은 절반 이상의 작품에 묘사돼, 감상자가 주시할 중요한 회화 장치로 쓰인다. 창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문으로 △양방향의 관찰자가 존재하며 △상자처럼 막힌 동독의 감시사회를 뚫는 해방구이자 △이상향으로 이끄는 통로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장치다.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악셀은 갑갑한 사회를 표방했던 '고치' 대신, 모네의 '생타드레스의 테라스'를 재구성해 젊은 연인과 테라스, 바다를 그린 작품을 발표했다. 끝을 알 수 없던 분단 사회가 예상치 못한 순간 막을 내림으로써 찾아오는 심리적 변화를 표현한 악셀은 마치 길을 잃고 낯선 이정표를 바라보는 막막하고 경직된 마음과, 옛 기억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설렘이 교차하는 감정을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아 한동안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테라스는 악셀의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로, 등장인물이 그리움 혹은 희망을 품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보다 나은 미래와 행복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거나 타인을 관찰하는 성찰의 공간으로 해석된다.   

    악셀의 작품은 주로 △테라스 △수영장 △잠수함 △비행선 △격납고를 연상시키는 작업장 △병원 △주방 등이 배경이 된다. 1950년대 가정에 많이 보급된 가구들로 이루어진 간결하고 실용적이며 원색적인 인테리어는 악셀이 유년기를 보냈던 집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바우하우스(Bauhaus)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거주지인 할레와 라이프치히와 가까운 바이마르에서 시작돼 독일 현대 디자인을 이끈 바우하우스 인테리어가 다양한 공간에 스며 있고, 과거와 현재가 혼합돼 타임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처럼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흰 가운을 입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의사 △간호사 △신부 △미용사 △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묘사된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성향이 드러나는 △비연계적인 사물 간의 배치 △다소 암담하고 우울해 보이는 시대 정신 △원색과 톤의 대비가 주는 첫인상은 기묘하고 낯선 감정에서 시작한다. 악셀은 "눈에 보이는 모든 요소들은 어떠한 이성적 연관성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이 꿈처럼 일어나는 내면의 예측불가능한 생각과 무작위로 펼쳐지는 관념들을 조각보처럼 엮어 하나의 시각적인 장면으로 가시화했다.

    어떤 작품은 비현실적인 배경 속에서도 현실과 가까운 세밀한 인물의 표정을 통해 기시감을 준다. 불완전하고 통제적인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과 감정으로 성장한 악셀의 정체성을 떠올려보면, 막연하게 합쳐진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 결국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각난 파편들이 물을 만나면 하나의 덩어리가 돼 움직이듯이, 부분적인 이미지들의 흐름은 하나의 화면과 각 개인의 경계를 허물어 감각의 소통에 도달하게 한다. 이에 대해 악셀은 "그림에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주제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고로 당신이 주제의 전달자"라고 말한다.
  • ▲ Die Bucht 2024 oil-canvas 70 x 100 cm. ⓒGallery LVS
    ▲ Die Bucht 2024 oil-canvas 70 x 100 cm. ⓒGallery L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