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사퇴…민주당 박찬대 대행 체제"대표 출마 안 하기로 했다면 사퇴 않았을 것"경쟁 고조 與 분위기와 대조…李 리스크 우려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간 연임 대표가 없었던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짤막한 사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18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까지였는데, 임기를 2달여 앞두고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는 "최고위를 마지막으로 민주당 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죄송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 위기 앞에서 과연 민주당과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며 "민주당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들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은 국민께 희망을 만들고 또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사임은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이다. 이 대표는 당권 재도전과 관련해 "조만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상황을 좀 지켜볼 텐데, 아무래도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사실 개인적으로 당이나 전체 입장보다 제 개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여러분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상태로 임기를 그대로 마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어떤 게 더 바람직한 지를 우선해서 개인적 입지보다는 전체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전당대회까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현재 최고위원들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민주당에서 연임 당대표가 나온 것은 24년 전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을 거치며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5월~2000년 1월, 2000년 1월~2001년 11월까지 연이어 총재를 맡았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1998년 2월) 이후에도 당을 계속 지휘했는데 당시는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겸임하는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는 당내 민주화 분위기가 커지면서 당대표를 연임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민주당의 관례로 굳어져 왔다.

    당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당대표에 도전하면서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흥행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대표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각종 정치 현안과 맞물리는 리스크를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쟁자가 없는 이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를 하면 국민의힘과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대표를 맡는 동안 계속해서 정치 현안에 대한 공격받게 될 텐데, 가랑비에 옷 젖듯 정치적 데미지가 누적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스란히 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에 연루돼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주일 내내 재판을 받아야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솔직히 당이 지나치게 이 대표의 재판과 관련한 것에 집중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런 모습을 2년 더 국민들이 참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