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특별 전시회이해성 작가 지도‥ '12人 작가' 작품 전시
  •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이름도 없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만 불리며,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던 아줌마들이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차 갤러리(CHA Gallery)'에서 열리는 그룹전(展) '라파렛트(Lapalette)'는 순수 아마추어 작가들의 창작품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회다.

    참여한 작가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에, 간호사·세무사·논술교사·전업주부 등 직업도 다양한 기혼 여성들로 구성됐다.

    마치 예수님과 12제자처럼,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12명(김미순·신윤경·유오기자·이경숙·유은주·조경숙·정인숙·정원민·정윤희·홍지수·황은영·한한숙)의 여성들은 각자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통해 남이 아닌 나를 드러내는 '일탈'을 시도했다.

    상계5동 주민센터(서양화반)에서 만난 이들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팔레트를 들고 모여, 이 작가의 지도 하에 '미친듯이'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습작'으로 시작한 그림이 어느덧 '작품'으로 무르익어갔다.

    그림에서만큼은 자존감 넘치는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이들은, 유화·수채화·아크릴·파스텔 등 다양한 소재로 주변 사물을 재구성하고 자신만의 심상을 표현하는 등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명작을 만들어냈다.

    전시회 타이틀 '라파렛트(Lapalette)'는 여성형 명사 앞에 붙는 정관사 'La(프랑스어)'와, '색을 담는다'는 뜻을 지닌 'Palette(독일어)'를 합친 합성어. 이번 그룹전에 참여한 작가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여성들의 색을 팔레트에 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각양각색의 여성들이 모인 만큼 이번 전시는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의 주제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그림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는 게 이번 '라파렛트 그룹전'을 주도한 이 작가의 설명이다.

    "어릴 때 화가를 꿈꿨으나, '그림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어른들의 반대로 미대 진학을 포기했던 분도 있고, 미술을 전공했지만 가사·육아 등으로 꿈을 접고 살았던 분들도 계세요.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은 다 다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기성 화가들 못지 않게 뜨거운 분들이죠. 그러다 보니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실력'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그룹전에 참여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실력'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추어올린 이 작가는 "지금까지는 이분들이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의 아내' 등으로 불렸지만 이제부터는 그 존재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자존감 넘치는 여성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며 "그런 제 바람에, 이분들의 꺾이지 않는 열정과 노력이 더해져 전시회 개최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화풍을 이어받은 이 작가는 의자·수영장·집 등의 이미지를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으로 그려내는 팝아트(Pop Art)적 화풍으로 유명하다.

    그런 까닭에 그의 지도를 받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사물을 평면적으로 구성, '일상 속 휴식'을 강조하는 이 작가만의 특징이 엿보인다. 강렬한 원색으로 절제된 구조를 표현하는 이 작가 특유의 스타일에, 자신만의 '심상'과 '아이디어'를 덧붙여 독창적인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품들도 눈에 띈다.
  •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저에겐 전시 중인 작품 모두가 소중해요. 어느 하나를 콕 집어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작품의 퀄리티와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제 취향이랄까요. 물살이 치는 계곡에 한 소녀가 살포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랑스럽게 잠든 소녀의 앞에 한 선물 보따리가 물살을 타고 내려 오죠. 저 안에 뭐가 담겼을까? 선물 포장만 봐도 설레잖아요. 우리의 삶이 늘 저렇게 예쁜 포장지를 푸는 마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외에도 "몽환적인 느낌의 소우주가 펼쳐진 가운데, 별을 따는 듯한 소녀의 그림도 좋다"는 등 이 작가의 입에서 작가들에 대한 '칭찬'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물감을 많이 올리고, 반드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예요. 그림의 밀도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그림에 내포된 메시지나 그 안에 새겨진 어떤 찰나의 순간에서 오는 느낌이 강렬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분들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이경숙 씨는 "'그림'에 대한 선생님의 의지와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다"며 "선생님이 곁에 없었다면 아마도 여기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결집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열게 된 건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저희들뿐이었다면 그냥 취미로 잠깐 왔다 갔다하는 정도에서 끝났을지 몰라요. 선생님이 옆에서 용기도 많이 주시고 응원을 해주셨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씨는 "이번 전시회를 열기 전,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미술협회'가 주최한 공모전에 참가해 입상하는 영예도 누렸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자신뿐 아니라 회원 모두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저보고 국제 공모전에 나가보라는 거예요. 저는 그런 데를 어떻게 나가냐고 손사래를 쳤는데, 선생님이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회원들과 함께 도전했는데, 저를 포함해 3명은 '입상'을 하고, 나머지 1명은 '수상'을 하는 호성적을 거뒀어요."

    이씨는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냥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살지 않고, 당당히 제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있게 돼 너무 뿌듯하다"며 "붓을 잡은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라파렛트 그룹전'에 출품된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의 작품.
  •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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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양화가' 이해성 작가와, '라파렛트 그룹전(展)'을 여는 상계5동 주민센터 서양화반 회원들.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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