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아니스트 임윤찬.ⓒ부천아트센터
    ▲ 피아니스트 임윤찬.ⓒ부천아트센터
    부천아트센터를 찾은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발휘한 힘은 막강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지난 17일 개관 1주년 기념공연으로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다. 이날 공연 3시간 전부터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과 데카(Decca) 레이블로 발매된 그의 '쇼팽 : 에튀드' 음반을 구매하고자 하는 팬들로 북적였다.

    피켓팅을 뚫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숨죽이며 임윤찬의 연주를 감상했다. 부천시민을 위해 진행한 초청 이벤트에는 7410명이 지원했으며, 4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5명(1인 2매 제공)이 함께했다.

    1부는 고수의 포석에 미치는 행마의 정석이었다. 첫 곡은 '달콤한 추억'과 '비가'라 불리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무언가'가 울려퍼졌다. 이어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사계'를 통해 1월 '난롯가에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주간'까지 1년 열두 달의 풍광을 그만의 해석으로 선물했다.

    2부에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을 바탕으로 붙여진 피아노 독주를 위한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에서 임윤찬은 러시아적인 장중함과 독창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 ▲ 피아니스트 임윤찬.ⓒ부천아트센터
    ▲ 피아니스트 임윤찬.ⓒ부천아트센터
    10개의 소품곡과 간주 격인 5개의 프롬나드(Promenade)로 구성된 '전람회의 그림'은 러시아 음악 특유의 민속적인 요소가 담겼다. '산책'이란 의미의 프롬나드 때문에 '전람회의 그림'은 단순한 묘사 음악의 차원을 넘어 공간의 입체감까지 더해졌다.

    임윤찬은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편곡한 버전으로 첫 곡 '난쟁이'부터 마지막 '키예프의 대문'까지 모든 것을 응집해 쏟아냈다. 정교한 기교가 돋보인 '리모쥬 시장', 음산한 분위기와 슬픔의 정서를 지닌 '카타콤' 등 거칠고 도발적인 터치에도 적확했다.

    성숙한 매너를 보여준 부천의 청중은 공연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기립박수로 일제히 환호했고, 임윤찬은 차이콥스키 '서정적인 순간(Moment lyrique)'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임윤찬은 19일 광주를 거쳐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끝으로 리사이틀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편, 부천아트센터는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에 이어 그의 스승인 손민수의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전곡 시리즈를 7월 13~14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