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국립심포니·국립합창단 뭉쳐…파리·베를린·빈 순회 공연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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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 빈 무대에 선 한국 현대 오페라 '처용'.ⓒ국립오페라단
한국 현대 오페라 '처용'이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를 사로잡았다.작곡가 이영조의 '처용'은 국립오페라단이 위촉해 1987년 초연된 작품이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기법이 절묘하게 엮인 음악적 구성에 한국의 전통 설화를 담고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음악적 주제가 바그너의 유도동기(Leitmotif) 기법으로 작곡됐다.'처용'은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을 시작으로, 11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을 거쳐 13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순회 공연은 제33회 파리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국립오페라단을 필두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이 함께 마련했다.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은 1714년 창단돼 오페라 '카르멘' 등이 초연한 유서 깊은 극장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극장은 클래식 애호가, 음악인들에게 명실공히 꿈의 무대로 평가받는다. 암름다운 음향을 자랑하는 무지크페라인 극장은 2019년 작곡가 이영조가 '여명'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곳이다. -
- ▲ 오스트리아 빈 무대에 선 한국 현대 오페라 '처용'.ⓒ국립오페라단
파리 무대는 90분 간의 공연에 연출·드라마적인 요소들을 녹여냈다. 옥황상제, 인간, 역신을 각각 흰색, 빨간색, 검은색의 의상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 오페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베를린과 빈에서는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무대를 꾸몄다.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의 서곡 연주를 시작으로, 테너 김성현(처용), 소프라노 윤정난(가실), 베이스 권영명(옥황상제), 바리톤 공병우(역신)가 캐릭터와 동화돼 각자의 에너지로 '처용'만의 강렬한 음악적 색채를 풀어냈다.국립합창단의 베이스 유지훈이 노승 역을 맡아 '처용'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승려들의 합창)'을 이끌었다. 해당 합창곡이 가지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꽹과리, 징, 목탁 등이 어우러진 한국 고유의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
- ▲ 오스트리아 빈 무대에 선 한국 현대 오페라 '처용'.ⓒ국립오페라단
파리에서 공연을 관람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흰색·검은색·빨간색의 의상이 배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악기와 타악기를 적극 사용하여 유럽의 고전 오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디렉터인 텅귀 루벨은 "'처용'의 스토리에서 그리스 비극의 특징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른 나라, 문화권임에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베를린 공연을 관람한 오스트리아 유명 오페라 리뷰 사이트인 온라인 메커(Online Merker)의 평론가 리코 페어스터는 "한국이 클래식 음악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창작에 임하고 있는지에 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