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바이든 휴전안 조건부 수용 가능성이스라엘 재무·안보장관, 수용시 '연정 탈퇴' 위협연정 내 초정통파 "생명 가치 우선…인질 석방 제안 지지"'하마스 억류' 이스라엘 인질 4명 더 숨져…종전 가능성 '요원'
  •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월12일 예루살렘에서 연설하고 있다. 240604 AP/뉴시스. ⓒ뉴시스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월12일 예루살렘에서 연설하고 있다. 240604 AP/뉴시스.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꺼낸 휴전안을 두고 극우 연립정부 내에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파 연정 내부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최근 인질 가운데 추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휴전은커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정 파트너인 브라셀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부가 항복 제안을 채택하기로 하더라도 우리는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한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휴전안을 수용한다면 네타냐후 총리를 모든 힘과 공격 수단을 동원해 축출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이타마르 벤-그리브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초안 전문을 공개하길 거부하며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붕괴 없이는 무모한 거래(휴전)와 전쟁 종식은 없을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끝내는 무모한 협정에 서명한다면 연정을 끝내겠다"고 경고했다.

    스모트리히 장관과 벤그리브 장관은 각각 '종교 시온주의'와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힘)'을 이끌고 있다. 두 당은 네타냐후 총리의 5개 야당 연합 중 '노움'과 함께 극우성향으로 분류된다. 연정 내 소수(13석)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지지를 철회할 경우 연정이 유지될 수도 없고 연립 여당의 의회 의석이 과반(61석)이 안 돼 네타내후 총리의 입지도 위험해진다.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샤스'와 '토라우대주의 연합'은 초정통 유대주의 정당이다. 토라유대주의 연합의 이츠차크 골드크노프 대표는 이날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연정 붕괴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연정 내부에서는 잦은 균열이 노출된 바 있다. 때문에 총리가 가자전쟁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다. △1단계 6주간 완전한 휴전 및 인질 다수 석방,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2단계 생존 인질 전원 석방 및 영구적 적대 행위 종식, 가자 전역서 철군 △3단계 대대적인 가자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반환 등으로 구성됐다.

    1단계에서 영구 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협상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휴전기간을 6주 연장할 수 있다. 협상이 종전으로 실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선 첫 6주 휴전을 한 뒤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이 제안한 휴전안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발표로부터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 1일 "하마스가 가자 통치력과 군사력을 보유하는 한 어떤 휴전안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3일 이스라엘 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도 "인질 송환을 목적으로 전쟁이 일시 중단될 수는 있다"면서도 "(인질 송환 후) '하마스 섬멸'이라는 이스라엘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중 4명의 사망이 추가 확인되면서 종전 가능성이 작아지는 형국이라는 평가다.

    CNN과 CBS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3일 지난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중 남성 인질 4명의 사망을 추가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모두 남성으로, 80대 아미람 쿠퍼, 요람 메츠거, 하임 페리와 50대인 영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나다브 포플렐이다. 이스라엘 측은 정보당국과 보건전문가위원회, 종교서비스부 등의 판단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80대 인질 3명은 지난해 12월 하마스가 배포한 영상에 등장했던 이들이다. '우리를 이곳에서 늙게 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배포된 영상에서 이들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저버렸다고 호소했다.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인질 사망에) 많은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기습 이후 이스라엘 인질 200명 이상을 납치했다. 같은 해 11월 한 차례 휴전과 인질 석방이 있었지만, 여전히 100명 이상의 인질이 억류 중이며 잔여 인질 가운데 사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