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판도 가를 수도권 대진표 윤곽 … 엎치락 뒤치락 지지율에 與野 '긴장모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수도권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122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인 데다 중도층 선택에 따라 수백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인 만큼 선거 직전까지 판세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국민의힘의 공천 현황을 종합하면, 21대 총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수도권에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배치해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파동으로 내홍에 시달리며 주춤했지만,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에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며 수도권 사수 전략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인 '한강벨트'에 관심이 쏠린다. 한강벨트는 한강과 인접한 지역구인 서울 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영등포·강동·강서 등 자치구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용산 한 곳에서만 승리하고 그 외 한강벨트 지역은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탈환까지는 험로가 예상되지만 최근 정당 지지율 오름세를 타고 한강벨트 수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바람'을 타고 수도권 과반에 이어 전체 과반 의석 차지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국민의힘이 170석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본적인 선거 지형은 170대 120 구도"라며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00석을 조금 넘는 수준, 또 비례대표에서 한 20석 (정도다). 하지만 민주당 비례대표가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서울 권역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130~140석 정도로 예측하며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측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 민주당, 몇 대 몇을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국민의힘도 130에서 140, 민주당도 역시 130에서 140석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각종 후보자 개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 지지율과 달리 열세이거나 박빙인 곳이 대부분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중·성동갑의 경우 전현희 민주당 후보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간 격차는 여론조사 별로 최소 1%포인트대에서 최대 8%포인트대까지 벌어졌다.

메타보이스(JTBC 의뢰)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10~11일 실시, 무선전화면접 100%, 응답률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결과에 따르며 전현희 후보는 41%, 윤희숙 후보는33%로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였다.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의뢰)의 지난 13일 여론조사(10~11일 실시, 무선 ARS 100%, 응답률 6.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는 전현희 후보가 42.7%, 윤희숙 후보가 40.8%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에 따라 오차범위 내 격차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 같이 1위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찐명(진짜 친이재명)과 찐윤(진짜 친윤석열)의 대결로 주목받는 경기 분당을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메타보이스(JTBC 의뢰)가 분당을 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10~11일 실시, 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 응답률 8.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김병욱 후보는 40%, 김은혜 후보는 44%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경인일보 의뢰)가 지난 9~10일 분당을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조사한 결과(무선전화 ARS 100%, 응답률 7.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37%포인트) 김병욱 후보가 46.1%, 김은혜 후보가 44.3%로 나타났다.

수도권 민심이 요동치며 1% 싸움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여야 안팎에선 모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서울 동작을에 방문해 류삼영 후보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153석+α'를 자신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공천장을 둘러싼 내홍을 가까스로 수습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회복세에 접어든 틈을 타 총선 판세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권역별 판세를 종합해 보면 지역구에서 한 130∼140석을 얻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연합은 시중 여론조사 평균을 내보면 13개 플러스 알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자신감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이른바 '근자감'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논란이 다시금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을 심판해야지' 하던 정서를 잊고 살았던 국민들이 이종섭 전 장관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정권심판론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논란은 총선 판세 승기를 확실히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 확산시키기 위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낙관론 속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 보이자 각 지역 후보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후보자는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빨리 다시 가져와야 한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후보자도 "빨리 끊어낼 수 있는 리스크는 빨리 털고 가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도 국민의힘에 남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공중전'이 아닌 '지상전'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정부를 둘러싼 악재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반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지역에서 후보자 개인이 싸워야 할 시간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포용해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조직을 흡수하는 역량이 요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