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2024 신년음악회 '크로스오버 랩소디' 공연 모습.ⓒ마포문화재단
    ▲ 지난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2024 신년음악회 '크로스오버 랩소디' 공연 모습.ⓒ마포문화재단
    "그리운 그대를 못 참고 보러왔소. 웃음 띈 얼굴을 만나니 참 기쁘오. 이 웃음소리 듣고파 왔소. 여전히 나를 따라웃게 하오. 이 곳이 그대 나를 두고 새뜻이 찾은 곳인가.(중략) 나는 가겠소 그대 다온하다면. 단 하나 그대 있음에 찬늘했던 이 맘만 알아주오. 이내가 드리우네. 가겠소 이렇게 안녕."

    새뜻이(새롭고 산뜻하게), 다온(모든 좋은 일들이 찾아온다), 찬늘(늘 가득찬), 이내(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등 순우리말이 눈에 띄는 한국 가곡 '낮달'(배두리 작사)의 가사다. '낮달'은 마포문화재단이 한글날 기념 공모전으로 진행한 '2023 훈민정음 망월장' 가곡 부문 대상작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을 낮에 뜨는 달에 비유해 지은 창작시로, 이진욱 음악감독이 곡을 붙였다.

    '훈민정음 망월장'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나태주 시인은 "노래의 정신이 들어있는 글들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설렜다"며 "시언지가영언(詩言志歌永言)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시란 마음 속에 있는 뜻을 말하는 것이고, 노래는 말을 읊는다'는 뜻이다. 모두의 마음속 이야기들이 한글을 통해 아름다운 노래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2024 신년음악회 '크로스오버 랩소디'가 공연됐다. 이번 음악회를 위해 결성된 싱어즈M(카운터테너 정민호, 뮤지컬 배우 조상웅, 바리톤 김성결, 베이스 구본수)이 무대에 올라 마포문화재단이 자체 제작한 가곡 '낮달'과 '소망'(나태주 시, 손일훈 곡)을 연이어 들려줬다.
  • ▲ 지난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2024 신년음악회 '크로스오버 랩소디' 공연 모습.ⓒ마포문화재단
    ▲ 지난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2024 신년음악회 '크로스오버 랩소디' 공연 모습.ⓒ마포문화재단
    '낮달'은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싱어즈M의 각기 다른 색채가 입혀져 관객들을 금세 몰입하게 만들었다. 베이스 구본수는 가사에 감정 이입한 모습으로 절제된 음성을 구사했고, 바리톤 김성결은 차분하게 이야기하듯 노래했다. 카운터테너 정민호의 극적인 목소리와 진한 호소력의 뮤지컬 배우 조상웅의 음색이 어우러져 '낮달' 화자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했다.

    '받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로 시작하는 '소망'은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품이다. 누군가를 소중히 아끼는 마음이 담담하게 드러나는 서정적인 시로, 손일훈 작곡가에 의해 아름다운 선율이 더해지며 우리 가곡으로 재탄생했다.

    손일훈 작곡가는 "주로 기악곡을 작곡하던 제게 노랫말이 있는 가곡 창작에 도전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만나게 돼서 더욱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모든 말에는 강세가 있고 단어와 문장에는 뉘앙스가 있다. '소망'을 작곡하며 한글이라는 언어와 잘 맞는 멜로디가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태주 시인의 시는 깊은 여운이 있어 작곡에도 그 작의(作意)를 표현하는데 분명한 단초를 제공해줬다"며 "많은 분들이 곡을 듣고 나에게 좋은 마음을 베푸는 사람, 또 내가 베푸는 사람을 떠올리고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