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 공연…피아니스트 손민수, 베토벤 협주곡 4번 협연박유신 예술감독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음악제 만들 것"
  • ▲ 지난 3일 열린 '제3회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휘자 없이 서서 연주하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포항문화재단
    ▲ 지난 3일 열린 '제3회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휘자 없이 서서 연주하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포항문화재단
    "오케스트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했고, 환상적인 경험이었어요.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게 어려웠지만 모든 단원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하나로 만들어가는 걸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회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 이날 관전 포인트는 지휘자 없이 펼쳐진 스탠딩 오케스트라.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악장 토비아스 펠트만)는 첼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어서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드보르자크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의 3번에 비해 혁신을 시도한 작품이다. 오케스트라의 도입부 없이 피아노 솔로로 오프닝을 연다. 베토벤이 직접 초연한 마지막 협주곡으로, 그가 쓴 가장 서정적이고 자유로운 흐름을 띠는 곡이다.

    단순하면서도 난이도 높은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지만 손민수는 물 흐르듯 유려하게 연주해 나갔다. 2악장이 주는 울림이 컸으며, 몰아치는 집중력은 탁월했다. 청중의 성숙한 관람 매너도 돋보였다. 공연 내내 악장과 악장 사이에 중간 박수 없이 침묵을 지켰고,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는 종종 있지만 목관·금관 파트까지 풀 편성 오케스트라가 서서 연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공연이 끝난 후 만난 피아니스트 손민수(47)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새롭게 숨 쉴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관객도 색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1회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포항 출신의 첼리스트 박유신(33)은 "포항음악제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스탠딩 연주 영상을 보게 됐는데 신선했어요. 작년에 이 형식을 처음 시도했고, 반응이 좋아 계속 이어갈 계획이에요. 앉아서 할 때보다 서서 연주할 때 나오는 사운드와 에너지가 남달라요"라고 밝혔다.
  • ▲ 박유신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의 첼로 연주 모습.ⓒ포항문화재단
    ▲ 박유신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의 첼로 연주 모습.ⓒ포항문화재단
    2021년 '기억의 시작'으로 힘차게 출항한 포항음악제는 2022년 '운명, 마주하다'를 거쳐 올해 '신세계?신세계!'라는 주제 아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손민수·김태형·문지영, 첼리스트 톨레이프 테덴, 플루티스트 조성현, 카잘스 콰르텟, 소프라노 박혜상 등 국·내외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축제는 메인공연, 포커스 스테이지, 찾아가는 음악회, 아티스트 포항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폐막 공연인 9일 '춤의 제전'에서는 멘델스존과 바르기엘의 현악8중주를 선보인다. 최수진·리앙 시후아이·임종경·서윤영 등 8명의 무용수와 10명의 연주자가 어우러져 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박유신 예술감독은 "포항은 제철 산업이 발달한 철의 도시에요. 철은 현악기에서 현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로, 도시 이미지와 연결해 매년 최고의 현악사중주단을 초청하고 있어요"라며 "폐막 공연도 단순히 연주자끼리가 아니라 다른 예술과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서 무용수들과 협업을 하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포항음악제에서 눈여겨볼 것은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1회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임윤찬, 첼리스트 양성원, 노부스 콰르텟, 소프라노 서선영 등이 포항을 찾았고, 2회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벤자민 베일만, 바리톤 김기훈, 벨체아 콰르텟을 비롯한 유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박 예술감독은 "신생 음악제일수록 연주의 질과 프로그램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출중한 연주자를 많이 모시려고 신경을 썼어요. 매년 프로그램을 짜고, 출연진을 섭외하는 모든 과정이 힘들지만 포항음악제가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음악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 지난 3일 열린 '제3회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휘자 없이 서서 연주하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포항문화재단
    ▲ 지난 3일 열린 '제3회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휘자 없이 서서 연주하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포항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