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사장 후보에 박민 전 위원 임명제청박민 "정파적 조직 운영 탈피‥ KBS 혁신 이끌겠다"
  • ▲ 13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관악언론인회·연합뉴스 제공
    ▲ 13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관악언론인회·연합뉴스 제공
    '무능 경영' 등으로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빈 자리'를 채울 KBS 보궐사장이 박민(60)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결정됐다.

    KBS 이사회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표결을 거쳐 박 전 위원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박민 KBS 사장 후보의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하면 인사청문회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KBS 국정감사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오는 30일쯤 박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후 대통령이 재가하면 박 후보는 내년 12월 9일까지 KBS 사장직을 맡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 5명의 야권 추천 이사들은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던 지난 4일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모 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이사회는 최종 후보자를 임명제청하는 안과, 재공모 절차를 밟는 안 가운데 하나의 의결 안건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공모 안을 지지하는 야권 이사들이 비공개 방침에 항의하며 퇴장함에 따라, 여권 이사진의 주도로 사장 후보 임명제청안이 의결됐다.

    이어진 박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이사 6명 모두 박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열린 사장 후보 1차 투표에서 1명이 타 후보를 지지하고, 또 다른 1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단일대오'가 무너졌던 여권 이사진은 이번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1차 투표 때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여권 이사는 "직원들이 간절히 원했다"며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밝혔다.

    방통위, 이동욱 보궐이사 추천 '신의 한 수'

    앞서 '26대 KBS 사장 임명제청에 관한 규칙'을 만들면서 10월 4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기로 합의한 KBS 이사회는 이날 표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 투표를 3회까지 진행하고,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 사장 후보를 재공모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박 후보와 최재훈 KBS 부산총국 기자가 1·2위를 기록했으나 두 사람 모두 '과반 득표' 달성에 실패하자, 이사회는 두 사람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기석 이사장이 오후 8시 10분경 '이사 한 분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며 오는 6일 오전 이사회에서 '재투표'를 하기로 하고 휴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야권 이사들은 "사장 선임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여권 이사 1명도 "결선 투표 연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극명한 이견차를 드러냈다. 결국 해당 여권 이사는 5일 오전 이사회 사무국에 사의를 표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최종 후보군에 오른 최재훈 기자가 같은 날 이사회 사무국에 사퇴 의사를 전하면서, '결선 후보' 가운데 박 후보만 남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6일 진행하기로 했던 결선 투표는 불발됐고, 사실상 사장 선임 절차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KBS 이사 추천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승부수를 띄웠다. 방통위는 지난 11일 오전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보궐이사로 추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늦은 밤 이를 재가했다.

    이로써 다시 '여권 우위(6 대 5)'로 재편된 KBS 이사회는 13일 제1054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박 후보를 제26대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했다.

    박민 "취임 후 'KBS 혁신 방안' 소상히 밝힐 터"

    박 후보는 앞서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통해 "방송 경험이 없는 외부인이 사장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KBS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현재 KBS 위기는 정파적·정실주의적 조직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오히려 외부인인 제가 KBS 사장이 된다면 내부의 왜곡된 시스템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와 시청자의 관점에서 참신하고 독창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되자 "KBS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해 TV 수신료 분리징수, 2TV 재허가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철저히 혁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며 "사장에 공식 취임하면 혁신 방안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한 박 후보는 전국·사회·정치부 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역임한 '문화일보맨'이다. 최근까지 문화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내며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칼럼들을 작성해 왔다.

    2019∼2022년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 제12대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