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전략硏·육사화랑대硏, '지역정세의 변화와 한중관계의 미래' 세미나"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한국이 주도적으로 싸워 이길 시스템 갖춰야"미중 양국 경제 어려워… 내달 APEC 정상회의에서 '일시적 화해' 가능성도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지난달 일자리 통계 관련 연설을 마친 뒤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지난달 일자리 통계 관련 연설을 마친 뒤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해진 회담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미국의 '지경학적 판단'이지만, 대만 유사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 전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주재우 "2027년 대만 침공은 미국 지경학적 판단…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대비해야"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대륙전략연구소와 육사 화랑대연구소가 12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지역정세의 변화와 한중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2023년 추계 학술 세미나에서 "미국에서 제기한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프레임은 미국의 지정학적 판단이 아닌 지경학적 판단"이라고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 교수는 "이러한 프레임은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과 관련이 있다. NDAA 약 4300쪽 중 3000쪽이 5년에 걸친 대만 무기판매 계획인데, 202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 대만을 침공할 것이므로 대만이 미국산 무기를 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 교수는 "대만 유사시 초기 대응을 위해 한국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평화헌법'을 비롯한 정치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본보다 한국이 먼저 동원될 것이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해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영 "대만·한반도 2개 전선 전쟁 발발 가능… 한국군 주도의 전쟁 수행 체제 구축 절실"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과 국방대 교수 등을 역임한 정경영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대만 유사시 한반도에 국지도발 또는 전면전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군이 주도하는 전쟁 수행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정 겸임교수는 "2개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과연 중국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유사시 미 증원전력(TPFDL, 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List)이 전개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못할 경우 우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겸임교수는 "대만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략적 중요성이 큰 대만에 미군 전력이 집중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러한 안보의 취약을 틈타 전면전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 두기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자행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주한미군의 대만사태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한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중국의 항모가 서해상에서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좌측방을 위협할 수 있다. 나아가 중·러 간에 수시로 전투기와 조기경보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한 것처럼, 러시아 해·공군 전력이 동해와 남해에서 미국 측 전력의 한반도 증원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합참 전략기획본부, 미 인태사령부 J-5, 일본 통합막료부 J-5가 참여하는 '한·미·일 안보협력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안보협력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반기별 역내 정보판단회의를 개최하고, 지역 내 도전·도발·위협에 대한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대비책을 강구하며, 사태별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사태별 시나리오에 따른 한·미·일의 역할과 책임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재우 "미·중, 내달 APEC정상회의에서 '일시적 화해모드' 예상… 한국, 주요 반도체 생산국 '레버리지' 활용해야"

    주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일시적 화해 모드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게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일시적으로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주 교수의 전망은 특히 지난 2년간 상호 강경책을 고수했던 미·중 양국이 어느 정도 협력관계를 재개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에 기초한다.

    주 교수는 다음달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제이크 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 의회 대표단의 방중이 그러한 '명분 찾기 게임'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주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한 것을 '한미동맹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일각의 시각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로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양국 경제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양국 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이라도 원활히 하기 위해 미국이 규제를 푼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을 대상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 것은 4차산업 발전의 핵심인 반도체를 원활히 수급해야 하는 미·중 양국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미국의 1~2분기 경제지표는 내년 11월 미 대선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데, 지금 이대로 가면 경제지표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미 의회가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임시 예산안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11월 중순이 되면 셧다운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경제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살짝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연초에 예견했었다"고 밝힌 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을 '배제'하지 않지만, 다시 '미국의 운동장'에 들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는 중국은 인-태전략을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우리는 VEU를 중국시장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쪽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해외에 수출하고,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는 국내 평택기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고가로 판매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