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의원 시절 통계법 개정안 발의…'통계 공표 전 비밀유지' 명시정부안 등과 결합…"변경 목적으로 통계 종사자에 영향력 행사 안 돼"감사원 "부동산원 주택 통계치 94회 이상 조작 지시"…수사 의뢰
  • ▲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 ⓒ이종현 기자
    ▲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 ⓒ이종현 기자
    감사원이 '집값 통계 조작' 관여로 수사를 의뢰한 김현미 전국토교통부장관이 10년 전에 '통계를 공포하기 전에 누설하면 안 된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국회의원 시절 주도적으로 입법에 나섰던 것이 자신을 겨누는 '칼날'로 돌아온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현미 전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3년 7월24일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전 장관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37명이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거나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통계 공표 전 비밀유지' 항목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통계를 지체 없이 공표하지 않거나 공표 전에 통계를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전 장관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가 공표되기 전 다른 행정기관 등에 유출되는 것은 통계 결과 및 공표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표 전 통계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며 "통계의 공표에 있어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김 전 장관이 발의한 법안과 정부 발의 법안 등을 합쳐 통계법 개정안 대안을 만들었고 이 대안은 2015년 12월31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대안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작성 중인 통계나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 변경할 목적으로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아울러 관계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 통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되, 공표 예정일 전날 낮 12시 이후 제공하도록 제한했다.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엔 김 전 장관의 개정안과 같이 3년 이하의 징역을 명시했지만, 벌금은 기존 '1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상향하며 처벌을 강화했다. 통계 공표 전에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내리도록 했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중간발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과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택 통계치를 총 94회 이상 조작하게 했다.

    부동산원을 압박해 정보를 사전에 받은 후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토부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시장 점검회의 등을 통해 임의로 예측한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보다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더 낮게 산정하도록 요구했다.

    국토부는 서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2019년 6월부터 부동산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혐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정된다면 개정된 통계법 위반의 첫 사례가 된다. 감사원은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미 전 장관 등이 대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된 포럼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과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며 "통계 발표 주기가 길거나 일부 이상 사례가 나올 경우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