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처장 출신 하이노넨 "北, 오염수 처리 안해 방사성 핵종 잔존""풍계리 핵실험장서 방사능 오염 빗물, 지하수로 침투… 동해로 흘러"올브라이트 美ISIS 소장 "北, 영변 시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안해"美 보글 "2019년에도 北 평산 우라늄광산 방사성 폐기물, 서해에 유입"
  • ▲ 2~6차 핵실험 진행된 풍계리 2번 갱도 입구. ⓒ뉴시스
    ▲ 2~6차 핵실험 진행된 풍계리 2번 갱도 입구. ⓒ뉴시스
    미국 원자력 전문가들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등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북한은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에 기반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오염수) 방출 계획을 발표하자 "불순세력들의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반평화적 망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IAEA 사무처장 출신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ALPS'(다핵종 제거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상당부분 제거되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와 달리, 풍계리 오염수는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슘을 비롯해 방사성 핵종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2016년 핵실험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소규모 지진이 최근 풍계리 인근에서 20여 차례 관측됐으며, 이는 핵실험의 여파로 인한 주변 산과 암석 등의 균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어 "갱도 내부에 플루토늄과 핵분열물질이 여전히 남아있어 방사성 물질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균열된 틈으로 들어간 빗물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지하수로 침투되고 인근 하천을 따라 동해로까지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상황과 달리) 북한에는 현재 핵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국제 사찰단이 없다"고 지적한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실태와 배출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2월 북한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은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인근 8개 시·군(길주·화대·김책·명간·명천·어랑·단천·백암) 주민 약 108만 명 가운데 방사능의 영향을 받는 주민을 50%로 가정하면 54만 명, 25%로 가정하면 27만 명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영변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사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안전성이 뒤떨어진 옛날 방식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어 폐기물이 재처리 공장 인근의 상수원으로 누출된 사례도 있다"며 "핵 폐기물 관리에 대한 국제적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는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핵시설 동향을 분석해온 미국 전문가 제이콥 보글은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난 일부 정황은 꽤 걱정스럽다"면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북한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광산에서 다량의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글은 2019년 평산 우라늄광산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이 예성강을 통해 서해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하자 북한은 지난 9일 국토환경보호성 대외사업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상상하기도 끔찍한 핵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적극 비호, 두둔, 조장하고 있는 IAEA의 부당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수십년간 핵·미사일을 개발하며 국제법을 위반해온 북한은 IAEA를 겨냥해 "국제법의 어느 갈피에도 기구가 특정한 나라와 지역에 대해 핵 오염수를 방류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나 문구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후쿠시마보다 북핵문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주권국가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를 걸고 들던 국제원자력기구 총국장이 인류의 생명 안전과 생태환경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일본의 불법무도한 반인륜적 행위를 극구 비호, 두둔하는 것이야말로 극단한 이중 기준의 전형적 표현"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정의로운 국제사회는 인류의 보금자리이고 후손들의 삶의 터전인 푸른 행성을 핵 오염수로 어지럽히려 드는 불순세력들의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반평화적 망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말아야 하며 연대 연합하여 이를 철저히 저지 파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