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보고서 초안 담긴 불공정방송 자료 삭제한 평가위원, 공언련 자료 인용해 편파보도 사례 기술다수 이사들, 인용불가단체로 규정‥ 공언련 자료 누락
  • ▲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KBS 이사 6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데일리
    ▲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KBS 이사 6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데일리
    언론시민사회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상임운영위원장 최철호)와 국민의힘 홍석준(대구 달서 갑) 의원이 남영진 이사장을 포함해 KBS 이사(11명) 중 '다수파(현 야권 추천)'에 속하는 이사 6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공언련과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남영진·조숙현·정재권·김찬태·류일형·이상요 등 KBS 다수 이사 측이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에 적시된 KBS 불공정방송 관련 대목을 삭제하는 안을 의결했다"며 "이들은 국민으로 하여금 불공정방송 자료가 누락된 'KBS 경영평가' 결과를 볼 수밖에 없도록 했으므로, KBS 이사들이 직접 경영평가를 조작한 것"이라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KBS 경영평가'는 방송법 49조와 시행령 33조, 한국방송공사 정관 13조에 의거해 매년 실시하는 것으로, KBS 이사회가 3개 부문(방송, 기술·뉴미디어, 경영)별로 각각 2명씩 6명의 외부위원과 KBS 내부 인사 1명 등 총 7명을 경영평가위원으로 구성하면 이들이 매년 상반기, 전년도 △예산집행의 효율성 △인사·조직 등 경영관리제도 △경영실적 등 KBS 경영 상태 전반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30일 발족한 'KBS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단'은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경영평가를 진행해 KBS 공식 홈페이지에 평과 결과를 올렸다.

    공언련에 따르면 당초 한 경영평가위원이 공언련과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의 모니터 보고서를 인용해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초안에 KBS 시사·보도프로그램 가운데 편파·왜곡보도 사례가 있었다는 내용을 기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KBS 이사회가 해당 보고서 중에서 공언련 등의 모니터 자료를 인용한 대목을 삭제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정작 KBS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보고서에는 'KBS 시사·보도프로그램이 불공정했다'는 경영평가위원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누락됐다는 게 공언련의 주장이다.

    공언련은 "방송법은 공영방송 KBS로 하여금 매년 외부 전문가(6인)를 선정해 방송·경영·기술 분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그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경영평가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관련 규정은 '경영평가가 KBS 임직원이나 이사 등 한국방송공사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고 부연한 공언련은 "한국방송공사 경영평가 지침 제 1조(경영평가위원의 독립성)는 '경영평가위원은 공사 이사회로부터 경영평가를 위임받은 개인 자격의 전문가로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해 공정하게 공사의 경영을 평가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언련은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KBS 이사회의 다수 이사들은 지난달 31일 2022년 사업연도 경영평가에 대해 '이사회 심의 의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특정 내용을 삭제했다"며 "이는 궤변이고 억지"라고 비판했다.

    한국방송공사 경영평가지침 6조에 따르면 경영평가단은 보고서 1차 초안을 작성한 후 집행기관(사장·부사장·본부장·감사 등)에 송부해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경영평가단은 집행기관의 의견을 들은 다음 보고서의 2차 초안을 작성해 이사회에 송부하도록 돼 있다.

    집행기관과 이사회는 경영평가위원을 상대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경영평가위원이 두 기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의무는 없다. '경영평가위원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해 공정하게 경영평가를 해야 한다'는 경영평가지침에 따라, 의견 제시에 따른 수용 여부는 경영평가위원의 독립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공언련은 "KBS 이사들이 심의 의결을 통해 경영평가 내용을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다면, 애당초 경영평가지침에 경영평가위원의 독립성 규정을 둘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1990년 KBS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작년까지 단 한 번도 경영평가보고서 최종안을 이사회가 수정 의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난달 31일 경영평가보고서 가운데 일부 내용을 삭제한 KBS 이사회는 KBS의 불공정방송을 은폐하기 위해 방송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한 공언련은 "KBS 다수 이사들은 이번 경영평가 과정에서 언론감시 전문단체인 공언련과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을 '자료 인용 불가 단체'로 규정하는 '재량권 남용 행위'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공언련은 "공언련과 대불단의 구성원 다수가 전·현직 언론인들로 구성돼 있고, 설립 초기부터 공영방송사에 대한 모니터와 감시 역할을 주로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방송공사 경영평가지침에 거론된 '언론 분야 전문가 단체'로 봐야 한다"며 "KBS 이사회가 두 단체와 모니터 결과물에 대한 심의를 생략한 채 '인용 불가 단체'로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은 수적 우위를 악용한 재량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 의원을 포함해 △최철호 공언련 공동대표 겸 상임운영위원장 △김백 공언련 이사장 △이홍렬 공언련 공정방송감시단장 △허성권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겸 공언련 운영위원 △허종환 공언련 사무총장 △주일택 공언련 기획위원 △석우석 공언련 대외협력단장 △송규호 공언련 사무국장 겸 유튜브 젊은시각 대표 △정화섭 공미연 대표 △김희원 변호사(경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