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등 혐의 대부분 부인… 대북송금·이화영 뇌물 "사실관계는 인정"김성태, 발언 기회 얻어 호소… "깊이 반성하니 가족과 임직원에 선처 부탁"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쌍방울그룹 계열 비상장사 538억원 횡령 및 800만달러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전 회장이 첫 재판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애매모호한 태도다.

    26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기본 입장은 불법 영득 의사가 없었고 법적으로 횡령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 공소장을 두고 "마치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을 '기업사냥꾼'과 동일시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며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들에 대해 불리한 예단을 갖도록 할 수 있는바 그 자체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폭력 조직 전주 나이트파 출신으로 불법 사채업과 주가 조작 사건에 손을 대 처벌받은 전과자다. 사채업 고객인 같은 호남 깡패(강도상해 등 징역 4년 전과) 출신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인수하려다가 돈이 부족해 못한, 당시 자금난을 겪던 쌍방울을 현물로 받다시피 해 기업 회장이 됐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갈색 반소매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김 전 회장은 재판부에 직접 발언 기회를 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인과 잘 상의해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며 "모두 본인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임직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함께 재판받고 있는 양 회장과 김태헌 전 재경총괄본부장은 각각 사촌 형, 매제 관계로 그들은 저의 지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것일 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회사의 많은 사람이 압수수색을 받고 구속됐다"며 "이런 부분들도 잘 참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니, 가족들과 임직원들에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동안에도 (김 전 회장은) 모든 지시가 본인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내달 2일부터 관련한 증인 신문을 시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