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교수, 尹정부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호평… "가치 높은 서류 평가""북한은 필로폰 같은 마약을 그저 '독한 술' 정도로 인지, 위험 과소평가"文정부 5년 비판… "진보정권, 북한 인권문제 기피하고 숨기려 한다"북핵 위협 우려… "北핵 억제력 단계 넘어… 전술핵 개발 시작할 것""북한핵이 권총이면, 한국 재래식 무기는 물총, 철저히 대응 준비해야"
  •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북한인권법 시행 후 7년 만에 윤석열정부가 북한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담은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일반인들은 북한주민과 관련한 소식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국제·시민사회 고발을 통해 쪼개진 파편처럼 접할 수 있었다. 문재인정권이 2017년부터 작성된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비공개했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고서 공개를 처음으로 결정했다. 김정은정권에서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석열정부가 추가로 공개한 '2023 통일백서'도 북한 인권문제를 다뤘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추진 배경으로 "북한이 줄곧 남북·북미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핵무력 법령'을 채택해 핵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보고서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자 북한의 참혹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유엔·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저명한 학자들과 인권전문가들은 북한주민의 인권 실상에 대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내외적으로 인식을 높여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통과 굶주림 속에서 생이 꺼져가는 북한주민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탄원이 시작됐다. 시위와 서한을 시작으로 시민사회가 다양한 행동에 나섰다. 각 기관과 부처도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현장에서도 북한 인권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27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 북한전문가로 잘 알려진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교수를 만나 북한 인권의 현주소와 해법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란코프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인권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다. 반면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룰 두고는 "진보정권의 논리는 인권보다 남북관계에 쏠려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아울러 란코프 교수는 북한주민들의 건강에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에서) 무분별하게 오·남용되는 마약 문제를 국제사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출신인 란코프 교수는 북한과 김정은 체제를 이념과 진영 논리가 아닌, 현실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 학자로 평가받는다. 

    란코프 교수는 1981년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중국사학과에 입학했다가 학교 측의 권유로 한국사학과로 전공 분야를 바꿨다. 이후 1992~96년 중앙대에서 러시아어과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1984년에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약 10개월간 유학생활을 했다. 
  •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다음은 란코프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정부가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올해 인권보고서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돼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즉,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깨닫고 배울 수 있어 가치가 높은 서류라고 생각한다. 북한사회에 관심 있는 남한사람들이 보고서를 읽고,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보고서가 김정은정권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다. 독재국가에서는 당연히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비판을 받는다고 독재국가가 정치노선을 과연 바꿀지 의문이다.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절, 남한사회에서는 독재와 관련한 여러 비판이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국 군사정권은 불가피하게 미국을 비롯한 민주 선진국에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은 사실상 중국 영향권으로 완전히 들어가 외부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 결국 김정은정권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시할 수 밖에 없고, 유감스럽지만 보고서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문재인정부 5년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진보정권은 북한과 관계를 맺고 남북 정상화를 원하기 때문에 인권문제를 어느 정도 기피하고, 인권 침해 관련 자료를 많이 숨기려고 한다. 전 정권의 외교전략을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진보정권은 인권보다 남북관계가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찰을 피하려고 한다. 결국 보수진영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꼭 해야 하고 피해서는 안 된다." 
  •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7일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관에 위치한 교수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보고 들은 북한주민들의 실상은 어떠한지?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는 북한주민들을 많이 봤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좌제로 주민들이 처벌 받는 경우가 있었다. 또 북한에는 비리가 정말 많다. 다만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에서 비리가 없었다면 90년 대기근 당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보통 북한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서 고향을로 돌아와 비싸게 판다. 하지만 법대로 산다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역 이동부터 소비자 유혹까지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심 당국자들은 일시적으로 눈을 감고 묵인하나, 사실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모두 수용소로 보내버리면 북한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보고서에서 소개된 북한의 건강권에 의심이 있다. 북한에서는 좋은 치료를 위한 보건 서비스가 매우 비싸다. 북한처럼 1인당 소득이 낮고 경제가 어려운 나라는 한국과 같은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북한은 '북한식 방역'을 내세우며 어느 정도 통제가 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코로나19 발병률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며, 또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북한은 역사적으로 1970~80년대부터 함경북도 지역에서 아편을 일반약품으로 이용하고, 2000년대 초에는 마약 밀수출로 돈을 많이 벌었다. 필로폰 등 화학성 마약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이를 그저 '독한 술' 정도로 인지하며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북한 같은 나라는 마약 확산을 비교적 쉽게 막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서운 경찰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사회에서 변화가 감지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확실히 김일성·김정은을 향한 충성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슬픈 이야기이지만, 북한은 국민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나라로, 무너질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 북한 정치 엘리트들의 단결성은 매우 강하다.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트 계층 90% 이상이 아무 변함이 없다. 오늘날 러시아 엘리트 계층과 관련한 좋은 연구가 나왔는데, 러시아 고위간부의 3분 2가 비밀경찰 출신이다. 그래서 공산국가에서 공산당 출신의 아들·딸 후손들이 권력을 장악하며 여전히 잘사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북한 역시 김씨 일가 정권이 무너진다면 국가보위부 지도원의 미래도 없다. 결국 단결성 유지를 위해 북한의 주민 감시는 더 심하며, 충성도 역시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 특히 중국이라는 변수가 또 존재하는데, 중국은 북한을 가치가 높은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겨 끊임없는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지원으로 국민 통제가 가능하다."
  • ▲ 2018년 5월 평양 시내에서 기념촬영한 란코프 교수의 모습. ⓒ사진제공=안드레이 란코프
    ▲ 2018년 5월 평양 시내에서 기념촬영한 란코프 교수의 모습. ⓒ사진제공=안드레이 란코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점점 늘고 있는데.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억제력' 수단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북한은 억제력 수준의 단계를 넘어섰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을 공갈할 능력을 갖기 위함이다. 아마 북한은 조만간 전술핵 개발을 시작할 것이다. 국군은 인민군에 비해 재래식 무기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 남북 간에 전쟁이 시작되면 국군의 완승이 확실하다. 그러나 북한이 전술핵 개발을 성공한다면 재래식 무기가 아무리 좋아도 의미가 없다. 결국 북한의 희망은 미국을 압박해 그들이 참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1950년 당시 완승하지 못했던 '적화통일'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를 꿈꾸고 있다."

    -최근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자주 등장하던데, 어떤 의도인지?

    "김주애는 후계자 후보로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어려서 후보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고자 딸과 행사에 참석하는 것 같다. 김정은은 딸을 후계자로 만들 생각이 있으나,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바로 남존여비 사상이다. 북한에서도 가부장적 의식이 많이 약해졌으나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여성의 최고지도자 자리가 어렵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간부들도 많이 채용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김주애를 미사일 발사하는 장소에 데리고 가는 것은 나중에 '김주애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군사시설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스토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북한과 대화해야 통일할 수 있다는 이들이 있는데, 가능성이 있는지?

    "회담을 통해 이뤄진다는 통일은 아무 근거 없는 환상이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통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통일은 자살이다. 예를 들어 통일이 된다면 보위부 대위는 어떻게 될까? 남한처럼 그 사람이 인권 피해에 연루되고 노출되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과거사 청산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며, 민주사회에서 책임 기피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나라인데, 신변 보호 약속을 받더라도 그들이 약속을 과연 믿을지 의문이다."

    "통일을 위한 방법은 딱 한 가지가 있다.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남한에서 통일 조약을 만드는 것이다. 남북통일의 방식은 '독일식 흡수통일' 방식밖에 없다. 다만, 선제조건은 북한 혁명인데,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외국 정치와 사상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감독·감시를 강화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발전된 새로운 기술 덕분에 감시 통제의 기회가 많아진 것도 변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