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김용민, 정당법 개정 추진… 당원 정당 운영 참여 확대 골자'당원은 의원총회에 소속 국회의원 제명 요구할 권리 갖는다' 명시이재명 강성 지지자 '개딸'이 비명계 색출 도구로 활용할 우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원에게 소속 국회의원 제명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제명 요구 요건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딸)이 이른바 '수박'을 색출하는 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당원이 국회의원 제명 요구법 추진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친명계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정당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정당법 제29조의 2를 신설해 당원들에게 이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항목을 넣었다.

    김 의원은 발의 요건(의원 10명 이상 찬성)이 충족되는 대로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인 김영호·이동주 의원과 위장탈당 논란이 일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법안 발의에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현행법에는 정당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당원의 표결권·청원권·제명권·소환권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정당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딸이 정당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신설하는 정당법 제29조의 2 3항에는 '당원은 의원총회에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명 요구의 요건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 당규 제1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인 당원을 제명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 사건을 대상으로 윤리심판원이 심사, 의결로 확정하고 윤리심판원장이 그 결과를 최고위 등에 보고한 뒤 의원총회에서 제적의원 과반수 찬성 의결이 있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윤리심판원 심사에 더해 당원이 직접 소속 정당 의원의 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당 밖으로 쫓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원들의 영향력을 늘리는 것은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 대표의 취임 첫 업무지시 사항으로 당사에 '당원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총선 1년 앞두고 비명계 축출할 도구 우려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안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이 비명계인 '수박'을 감별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딸의 강성 행보로 인한 민주당의 분열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수박은 민주당 내부에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로,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비명계 의원들을 일컫는 은어로 사용된다.

    민주당 비명계는 팬덤정치 악용을 우려하며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비명계 민주당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런 법이야말로 자칫 팬덤을 악용해 특정 계파를 공격하는 데 극단적으로 쓰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의원은 "말이 안 된다"며 "(법안 통과는) 의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이게 되겠나.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 비명계 민주당 초선의원은 "실현 가능성 없는 법안으로 보인다"며 "일부 극단주의자가 있을 수 있는데 당의 전체적인 기류상 논의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무더기 이탈표 사태'가 불거지며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했다. 개딸은 지난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른바 '수박·배신자 색출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이탈표 색출작업에 나서며 민주당의 분열에 기름을 부었다.

    정당이 당원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도 부여

    김 의원의 개정안은 '당원은 정당에 청원할 권리를 가지고, 정당은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 및 심사의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당원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서 30일간 권리당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답변하도록 했다.

    개딸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 당 청원 게시판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배후로 이 전 대표를 지목한 것이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15일 만에 7만3412명의 동의를 받았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정당이 의사결정을 위해 투표를 하는 때에는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며, 당원 간 투표 가치의 평등성 및 동일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헌·당규에 의한 세부 규정으로 당원의 당비 납부 의무의 이행 여부와 관련해 표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아울러 개정안은 당원에게 정당의 대표자와 투표로 선출하는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도록 했다.

    오는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축출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당을 통합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의 동지라면, 민주당을 사랑하는 지지자분들이라면 내부 공격과 갈등 대신 설득과 화합의 길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2023년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은 김상희·김영주·우원식 등 민주당 소속 4선 의원 10명이 제안한 것으로,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욕설·문자폭탄 등의 자제를 당부하는 운동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재·보선 이후 민주당 내부 분란이 좀 사그라들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낮아지니 일단 민주당 내부의 분란은 잦아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결국 비명계의 목소리가 수그러들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딸에) 의원 제명권을 쥐여 주면 이재명 대표 사당화가 될 것이다. 다만 너도 나도 자중하라는 타협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주당 원팀이 최소 연말까지 공고해질 것"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율이 오른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이야기다. 그럼 이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