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 지난 4일 서울광장에 분향소 기습설치 市 "판례상 2회 이상 계고 후 행정대집행"… 철거 기한 연장 방침"녹사평역 내 장소" 재차 제안… 유가족 "영정·위폐 있는 분향소"
  • ▲ 5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서성진 인턴기자
    ▲ 5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서성진 인턴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기습설치한 분향소 철거 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판례상 2회 이상 계고 후 행정대집행을 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 측은 "영정과 위패가 있는 분향소를 차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광장 분향소에 따른 시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판례를 보면 2회 이상 계고를 한 뒤에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기습설치한 추모공간은 불법시설물"

    서울시는 지난 4일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1차 계고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6일 시가 '판례상 2회 이상 계고' 원칙을 내세운 만큼 유가족 측에 한 차례 더 계고장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2차 계고장에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할 조건의 기한이 새로 명시된다. 서울시는 계고장을 언제 전달할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규정상 기습적으로 설치한 부분(추모공간)은 불법시설물"이라며 "절차·비용·변상금 등 모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시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광장의 무단점유 등과 관련해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

    또 이 대변인은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추모공간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유족 측의 답변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지하 5층으로 표기돼 있지만 녹사평역 자체가 층고가 높고, 게이트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음습한 곳이냐'고 하는데 이런 곳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불법적으로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리고, 이미 제안한 녹사평역 내 장소를 추모공간으로 제안 드린다"고 강조했다.
  •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입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 설치 협조, 온전한 시위를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성진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입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 설치 협조, 온전한 시위를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성진 기자
    유가족 "계고장 수천 장 보내도 분향소 지킬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단체들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서울시를 향해 "지금 있는 영정과 위패와 함께 많은 국화꽃이 있는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서울시의 10·29이태원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주문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합동분향소를 차렸을 때 영정과 위패가 없었다. 유가족은 정부와 서울시에 인도적으로, 도덕적으로 요구한다"며 "지금까지 협의회는 정부나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인도적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창민 민변 변호사(10·29이태원참사 대응 TF 공동간사)는 "분향소는 구석 몇 평 남짓한 공간에 설치해 공익적 해가 없다"며 "(분향소 설치는) 관혼상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며칠 만에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한다는 것은 전례와 판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우리는 살아 있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죽은 아이들은 여기서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나가면 우리도 죽은 목숨으로 같이 나갈 것이다. 계고장이 10장, 100장, 수천 장을 보내도 우리는 여기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고집했다.

    유가족 측은 이날 서울시와 경찰에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 △분향소 설치·운영 협조 △차벽·펜스 철거 △시민 조문과 1인시위 보장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