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 "해당 조직, 반정부단체 성격 지하조직 가능성 커""수도권, 시민단체·대학 몰려 있어 거점 만들면 인물 포섭 등 용이""대도시 공작, 북한 대남공작의 핵심… 다른 지방 인사와 접촉 조사"
  • ▲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안당국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외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조직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내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을 수년 동안 추적해온 당국은 조직 관계자들이 북한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 조직이 반정부단체 성격의 지하조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이 조직 내 복수의 인사들이 수년간 북한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이 북측과 집중적으로 접촉한 시기는 2020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공안당국은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들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는 (북한과 접선을 위해) 해외로 가기도 힘들고 여러 가지로 제약요인이 많다"며 "(2020년 이후에는 활동이) 조금 위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北 핵심 공작원 리광진과 관련성 조사"

    당국은 이 조직이 이번에 수사선상에 오른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접선한 부부장급(차관보급) 북한 공작원 리광진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광진은 '김 목사 간첩사건'(2015) '자주통일충북동지회사건'(2021) 등 간첩 혐의 사건에서 지령을 내린 핵심 공작원으로 지목된다.

    소식통은 "대도시 공작은 북한 대남공작의 핵심"이라며 "북한과 접촉한 이 인물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른 지방으로 뻗어갔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방의 인사들과 접촉해 조직을 확대하려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24일 민노총 전·현직 간부 및 경남 창원 중심의 반정부단체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제주 조직 'ㅎㄱㅎ' 등의 국보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 상황과 관련 "모든 지하조직은 전국 조직을 지향한다. 특히 중앙(수도권)을 탄탄하게 다진 뒤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공안당국이 '자통'과 'ㅎㄱㅎ' 의 간첩 혐의를 수사 중이지만 수도권에 기반을 둔 북한 연계 조직이 확인되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당국은 이 조직들 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의 국보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 조직이 전국으로 조직을 확대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위축됐던 대공 수사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라고 공안 수사 전문가들은 말했다.
  • ▲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민노총 트위터 갈무리
    ▲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민노총 트위터 갈무리
    "서울 등 대도시에 지하조직 확산 가능성 있어"

    최근 당국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자통사건의 경우 창원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로 뻗어 나갔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창원이 자통의 거점이 된 것과 관련해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사권 밖에 있다는 점, 한화디펜스 등 방산업체 등이 창원에 몰려 있다는 점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당국의 수사망이 촘촘해 지하조직 결성이나 활동이 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돌아와 다른 인물들을 포섭하며 지령을 수행하기에는 수도권이 훨씬 용이하다고 공안당국은 본다. 수도권에는 주요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권의 거점, 대학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수도권에 지하조직 거점이 형성되면 반미 집회 등 각종 '행동'에 나설 때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동아일보에 "(공안당국은) 서울·인천·부산 등 광역 대도시에 지하 전위조직이 확산돼 있다고 보고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자통 사건의 압수수색 대상자인 김모 씨가 창원에서 서울로 주소지를 옮긴 배경도 자통을 수도권으로 확장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민노총 간부들, 北 접선 재개 가능성 있었다"

    당국이 파악한 자통 및 민노총 간부들이 북한 공작원 등과 접선한 시점 등은 대부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코로나19 방역 강화 이전 시점에 집중됐다. 

    당국이 내사 중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다른 조직 역시 이 시점에 북측과 집중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완화되면서 국보법 위반 등 혐의로 주시 중인 조직·개인의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수사선상에 오른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도 조만간 중국으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과 접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8일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최근 (지하조직 관련) 사건들을 보면 북한이 동남아 등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남한 인사 포섭에 나섰다"면서 "북한이 문화교류국(옛 225국)을 중심으로 앞으로 해외 조직망을 늘리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우리도 해외 대공수사 인력을 늘리고, 다른 국가들과 수사 공조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