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유족 측 '성희롱 인정 취소 소송' 기각재판부 "성희롱 실체 인정돼… 인권위 결정도 적절"유족 측 "예상 못한 결과에 유감… 항소 검토할 예정"
  • ▲ 고(故) 박원순 전 시장과 배우자 강난희씨의 모습. ⓒ뉴데일리DB
    ▲ 고(故) 박원순 전 시장과 배우자 강난희씨의 모습. ⓒ뉴데일리DB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해 내린 권고 결정에 재량권의 남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과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볼 때 경험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어 신빙성이 있다"며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글·사진 등을 보낸 행위, 집무실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일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점에 대해서는 "이성 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소속 부서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꿈에서 뵌다'는 말의 경우 망인의 성적 언동이 이어지자 대화를 종결하기 위해 사용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인권위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본 결과,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같은 해 4월, 강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법정에서 "인권위가 조사개시 절차를 위반한 채 증거를 왜곡했고, 상대방(고소인)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족 측 "당황스러운 결과 나와… 항소 여부 검토할 것"

    이날 법원을 찾은 강씨는 재판부의 판결 요지를 들은 뒤 아무 언급 없이 법정을 떠났다.

    선고 직후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기자들과 만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고 유감을 표하고 싶다"며 "판결의 세세한 부분은 동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원고 적격성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에 대해선 "우리 법상 당사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게끔 규정돼 있는데, 사망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규정을 모두 무시하고 의견 진술 기회도 없이 사실을 인정·판단해도 되는지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법률대리인은 "판결문을 받아서 분석한 뒤 유족과 항소 여부 등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을 끝으로 그해 12월 수사를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