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족 "'데이트 폭력' 표현은 사실 왜곡"이재명 측 "페이스북 통해 유족에 사과의 마음 표현"양측, 2차 변론기일 앞두고 법원에 준비서면 제출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카에게 흉기로 찔려 사망한 A씨와 A씨 모친 유족이 "이 대표가 과거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해 정신적인 고통을 안겼음에도 여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들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쇄살인 사건 언급… 지옥 같은 악몽 떠올리게 해"


    7일 피해자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부장판사 이유형)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이 대표가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사건의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대통령 선거 기간의 정치적 목적과 동기에 기인한다"며 "연쇄살인 사건을 언급해 유족들에게 과거의 지옥 같은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페이스북에서 이를 사과했으므로 이 대표에게는 고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한 유족 측은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라서 변호했다' '그 질문은 이제 그만 합시다'라고 대꾸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은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후보 방송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운운하면서 정의를 위해 변호했고 노동,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고 주장했으나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 스스로 인권변호사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월 9일 첫 번째 변론기일 직후 취재진과 만난 유족 측 변호인은 "이재명 당시 변호인, 자칭 인권변호사께서 변론을 어떻게 했는지 보기 위해 '조카 살인 사건'의 공판기록, 변호사 의견서 등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故 노무현 유족 '정신적 고통' 인정‥ 대법원 판례 제출


    이날 유족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 대한 정신적 고통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를 참고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5년 B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희화화한 시험문제를 출제하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8년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당한 침해를 입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한다"며 "B교수가 유족에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유족 측은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제 일가 중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글을 올리자,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지난해 12월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명 측 "'데이트 폭력' 표현, 허위사실 아냐" 입장 고수

    한편, 이 대표 측은 과거 조카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한 것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은 한때 연인 사이였던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특정한 유형의 폭력 행위를 축약한 표현"이라며 "사실 혹은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2021년 11월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밝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표현했다"며 "이런 점에 비춰 보면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2차 변론 기일은 오는 1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