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29일 밤 10시20분 현장 도착해 지휘→ 실제론 이태원 파출소에 밤 11시 도착②사고 현장서 740m, 도보 13분 거리였는데→ 관용차로 주변 배회, 11시 나타나③CCTV엔 뒷짐 지고 어슬렁 '여유'→ 용산서장이 현장 심각성 정말 몰랐을까?④용산서장, 늑장 파악→ 경찰 늑장 조치→ 서울청·경찰청 대응 줄줄이 늦어져⑤이튿날 새벽 1시5분 행안부장관 보고 때도 없어→ 9시간 뒤 아침 10시 등장⑥기록엔 '당일 0시~이튿날 새벽까지 6차례 경찰 지휘' 적혀 있어→ 사실일까?
  • ▲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9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걷고 있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9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걷고 있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에 따른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용산서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당일 오후 10시20분 현장에 도착해 지휘를 시작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오후 11시5분에 도착했으며, 새벽에는 사고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최고책임자 중 한 명인 이 전 서장의 사고 전후 행적과 늑장·부실 대응을 수사 중이다.

    용산서는 지난달 29일 "용산서장 오후 10시20분 현장 도착해 지휘 시작"이라고 상부에 상황보고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서장은 오후 11시5분이 돼서야 현장 앞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보고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용산서장, 55분간 인근 맴돌다 11시5분 현장 도착

    특수본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이태원 인근에서 집회 지휘를 하다 오후 9시24분쯤 용산서 주변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9시30분쯤 이태원 관련 상황보고를 받았다. 

    이 전 서장은 9시47분쯤 관용차를 이용해 이태원으로 출발했고, 오후 10시쯤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했다. 이곳은 사고 현장에서 직선거리 740m, 도보로 13분이 걸린다. 당시 이 전 서장이 곧장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갔다면 사고 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으며 약 55분 동안 근방을 맴돈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10시55분에야 현장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이태원 엔틱가구거리에서 내린 이 전 서장은 10분을 걸어 오후 11시5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인근 한 가게 CCTV에는 이 전 총경이 뒷짐을 진 채 여유 있게 현장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장면을 보면 전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모습"이라며 "보고가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이 여유롭게 사고 현장을 향할 당시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이후였다. 
  • ▲ 11월4일 시민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11월4일 시민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용산서장, 사고 당일 현장 도착 후… 새벽에 없었다

    현장 최고책임자인 용산서장의 현장 상황 인지와 파악이 늦어지면서 현장 대응은 늦어졌고, 그 결과 서울청과 경찰청으로의 보고도 줄줄이 밀렸다. 경찰 기동대가 처음 현장에 배치된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25분이 지난 오후 11시40분쯤이다.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이후 행적도 묘연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30일 오전 1시5분 이태원을 찾아 남화영 소방청장직무대리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도 이 전 서장은 주변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브리핑을 맡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이 전 총경을) 현장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이 처음으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30일 오전 10시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였다. 

    당시 이 전 서장은 총 6회 지휘한 것으로 기록됐다. 30일 오전 0시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고, 0시45분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다. 30일 오전 1~3시 네 차례 골목 순찰 강화, 112 신고 지원 등을 했다. 

    그러나 앞서 '10시20분 현장 지휘'가 허위 가능성이 큰 만큼, 이 전 서장의 지휘 기록 역시 철저한 조사 대상이다. 

    특수본, 이임재 용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입건

    특수본은 7일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협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 용산소방서장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각종 매뉴얼 등 현물 611점과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521점, 휴대전화 2대 등 총 7134점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참사 현장 인근 CCTV 영상 57개와 SNS 영상 등 78개, 제보 영상 22개 등 총 157개 영상을 대상으로 한 1차 분석을 완료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