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9시 16분, 이태원파출소에 '사고 위험' 알려"사람들이 그냥 위에서 민다" "다칠 것 같다" 통제 요청경찰 "저희도 지금 거기 들어가기가 어렵다" 난색 표해
  • ▲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한 시간 전쯤 인근 파출소에 사고 위험을 알렸다고 주장한 곽혜인 씨. ⓒ'BJ 꽉꽉' 아프리카TV
    ▲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한 시간 전쯤 인근 파출소에 사고 위험을 알렸다고 주장한 곽혜인 씨. ⓒ'BJ 꽉꽉' 아프리카TV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찾은 인파 일부가 좁은 골목길에서 넘어지면서 총 156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가 일어나기 1시간 전, 한 인터넷 방송인이 인근 파출소에 "사고가 날 것 같다" "위에서 몇백명이 민다"며 사고 위험을 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방송국 아프리카TV에서 'BJ 꽉꽉'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곽혜인 씨는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핼러윈데이 축제 현장을 생중계하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했다.

    이날 코스튬 의상을 입고 야외 방송을 진행하던 곽씨는 유명 주점이 있는 이태원 대로를 걷다가 순식간에 불어난 인파에 갇혔다.

    인파에 휩쓸리면서 "밀지마세요" "넘어지겠다"를 외치던 곽씨는 가방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가방을 분실했다.

    밀집된 곳에서 겨우 빠져나온 곽씨는 오후 9시 16분쯤 인근에 위치한 이태원파출소로 들어가 "사람들이 계속 민다. 사고가 날 것 같다. 가방끈이 끊어졌는데, 밀려서 나오니까 가방이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이에 곽씨에게 가방을 분실한 장소를 물은 경찰은 "저희도 지금 거기 들어가기가 좀 어렵다"며 "아침이 되면 유실물이 들어올텐데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곽씨는 "통제가 필요할 것 같다"며 "진짜 다칠 것 같다. 사람들이 그냥 위에서 민다"고 재차 사고 위험을 알렸다.

    파출소를 나온 곽씨는 "여기서 방송 못한다. 깔려 죽는다. 위에서 몇백명이 민다. 끼어서 다같이 내려왔다. 거기서 넘어졌으면 엄청 심하게 다쳤을 것"이라고 말하며 인터넷 방송을 중단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일 119 상황실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10시 15분, 용산119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 41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