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비 "여성 의사에 반하는 행동 하지 않아" 혐의 부인
  • ▲ 인디밴드 '가을방학' 출신 정바비. ⓒ가을방학 블로그 캡처
    ▲ 인디밴드 '가을방학' 출신 정바비. ⓒ가을방학 블로그 캡처
    사귀던 여성을 폭행하고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겸 작곡가 정바비(43·정대욱)가 결심공판에서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부장판사 공성봉)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성폭력범죄처벌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바비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바비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반성 없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첫 번째 피해자가 있는 가운데 두 번째 피해자까지 발생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부에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판에 참석한 피해자의 부친은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이후 영정사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어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피고인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바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소속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여러 증거가 불일치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며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고인은 언론보도로 이미 만신창이가 됐고, 만약 공소사실과 같은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가요계로 복귀하지 못해 생계가 막막해 질 수 있다"고 하소연한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촬영영상이 유출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문화·예술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최후진술에서 "지금 이 순간도 무죄를 주장한다"며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할 수가 없다. 어떤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중립적 시각에서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바비의 선고공판은 오는 12월 14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불법촬영 혐의는 '기소',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검찰에 따르면 정바비는 2019년 7월 당시 연인이었던 가수지망생 여성 A씨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20년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A씨의 유족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전 남자친구가 불법촬영을 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것과 관련이 있다'며 같은 해 11월 정바비를 고발했다.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쾌활한 성격이었던 딸(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망연자실하던 부친이 딸의 휴대전화에서, 딸이 숨지기 두 달 전 "술에 약을 탔다" "나한테 더 못할 짓 한 걸 뒤늦게 알았다. 아무 것도 못하겠고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지인에게 호소하는 대화 내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의 지인들은 MBC 취재진에게 "A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전 남자친구였던 정바비"라며 "둘이 교제하던 시기에 A씨가 정바비로부터 불법촬영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불법촬영 혐의는 기소 의견,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2월 검찰이 두 혐의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자, A씨의 유족이 항고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면서 정바비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정바비, '또 다른 여성' 폭행·불법촬영 혐의 드러나


    한편,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무렵, 정바비가 또 다른 여성 B씨를 폭행하고 불법촬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B씨는 '2020년 7~9월 당시 교제 중이던 정바비가 자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월 정바비를 고소했다.

    이에 정바비는 일부 폭행 혐의는 인정했으나,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불법촬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바비의 휴대전화·컴퓨터·클라우드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A씨(불법촬영)와 B씨(불법촬영·폭행)의 피해사실을 묶어 정바비를 재판에 회부했다.

    '언니네이발관' 기타리스트 출신인 정바비는 방탄소년단(BTS)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노래에 작사가로 참여한 바 있다. 인디밴드 '가을방학' 멤버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