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2018년 11월 인도 타지마할 방문… 고민정 "모디 총리가 간곡히 요청" 배현진 "외교부가 인도 측에 '영부인 동행' 요청… 3일 만에 예비비 4억 배정"코로나-긴급재해만 3일 안에 예비비 배정… '김정숙 예비비' 타당한지 살펴야
  • ▲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3박4일 동안 단독으로 인도 방문 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우리 측이 먼저 요청했고, 이로 인해 예정에 없던 수억원의 예비비를 사흘 만에 처리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소속 배현진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9월 인도 관광차관이 초청한 대상은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었으나 2018년 10월 외교부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여사는 2018년 11월5일부터 3박4일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면담하고 대표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방문하는 등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었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이번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현진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 한 관계자는 "원래 장관 방인이었다가 영부인이 함께 가는 것을 우리 측이 이야기를 했고, 10월 중순에 인도 쪽에 맞춰서 초청장이 모디 총리 명의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총리가 먼저 김 여사를 초청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뜻에 따라 외교부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가능 여부를 타진하자 인도 측에서 모디 총리 명의로 초청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체부는 2018년 10월29일 기획재정부에 대표단 출장 예비비 4억원을 신청했고, 이는 하루 만인 그해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리고 신청 사흘 만에(10월31일) 전용기 비용 2억5000만원을 포함한 4억원의 예비비가 신속하게 배정됐다.  

    최근 5년간 3일 이내로 예비비가 배정된 것은 모두 30건으로, 대부분 코로나 방역이나 긴급재해대책비와 관련한 예산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따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영부인이 먼저 가겠다고 요청을 해서 순방을 가게 됐다고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예비비가 타당하게 마련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의 참석을 두고 여야간 대립으로 감사가 잠시 중단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의 참석을 두고 여야간 대립으로 감사가 잠시 중단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와 관련해 5일 페이스북에 "국가 예비비가 김 여사 세계여행을 위한 쌈짓돈이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성 의장은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의 좁쌀 만한 잘못을 하나하나 다 이 잡듯이 찾아내어 트집을 잡던 사람들의 실체가 결국은 이런 것이었다"며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방역이나 긴급재해대책을 위해서만 쓰여온 국가 예비비가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알려진 타지마할 여행비로 쓰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의 순방 논란을 두고 여야 간 공방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외통위 소속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김 여사가 인도를 방문할 당시 외교부의 의사 타진이 있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영부인의 세계 일주 꿈을 이뤄 준 '버킷리스트 외교'"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영부인 혼자서 전용기로 인도를 다녀오셨는데, 인도 정부의 공식 초청이 있었다고 하니까 논란이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진실은, 한국 측이 먼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요청했고 불과 사흘 만에 수억원의 예비비까지 처리해서 방문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이 "구체적으로 파악을 해봐야 되겠습니다만, 좀 통상적으로 있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이렇게 외국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광화문 촛불시위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당 대표가 체신을 차리라. 그게 국회부의장인가. 말을 그리 함부로 하나"라며 "제대로 알고 질의를 하든지, 그렇게 질문을 하면 지금이 어느 정부인데 대답을 하나. 도대체 그렇게 비열하게 질문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의원은 "당 대표가 왜 나오나. 외통위원으로 질의한 것"이라며 "(외교부 관계자들이)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