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인터뷰"역사교육은 미래 나침반… '거인 어깨 올라탄 난쟁이'로 겸손하게 소통을"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뉴데일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뉴데일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2022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試案)'에서 '남침'과 '자유민주주의'가 빠지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서술지침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으며 '좌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꾸려진 정책연구진이 만든 시안으로 '역사교육 알 박기'라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뉴데일리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만나 현 시대 역사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조 교수는 역사교육의 좌편향 인식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상수'라고 지적하며, '남침' '자유'가 생략돼서는 안 되는 이유와 우리나라가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인 경위를 분명히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과거와 현재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미래와의 대화'로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2022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 어떤 문제점 있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기둥을 세웠는데 기둥 높낮이가 안 맞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25년부터 중·고교생이, 2026년부터 초등생들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 지침을 미리 만들어 3년 동안 사용하겠다고 정부에서 공개했다. 그런데 왜 6·25전쟁에서 '남침'이라는 설명이 빠졌고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명시되지 않았을까. 또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서술지침을 흐리멍덩하게 피해 갈까.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역사교육은 개선되지 않고 변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의 국민이자 한 명의 지식인으로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역사교육의 좌편향,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역사교육은 좌편향된 역사인식이 '상수(常數)'로 존재해왔다. 정치인과 역사학자들의 역사인식이 편향됐기 때문인데, 변한 세상에서 그들의 사고와 논리를 강요하는 거다. 사학자들만이 역사교과서를 쓸 독점적 권리를 지니지는 않는다. 역사교과서에서만큼은 누구든 견해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역사교육 알 박기'라는 지적은 이번 교육과정 시안이 문재인정부 시절 꾸려진 연구진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온다. 자신을 임명한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거다. 어떻게 역사교과서를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나. '이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논평을 냈고 지인들로부터 '속 시원하다'는 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남침'이라는 단어 삭제를 어떻게 보는지?
     
    "명백한 역사 날조다. 역사는 단순히 전쟁이 발발했다고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왜' 발발했는지 주체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70년 출간한 회고록을 보면 '김일성이 1949년부터 스탈린을 찾아와 남침을 주장했고 스탈린은 묵인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1993년 러시아 문서보관소에서 남침 사실이 분명히 기록된 결정적 문서도 발견됐다. 남침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동일하다. 누가 먼저 주먹을 날려 코뼈를 부러뜨렸는지가 폭행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뉴데일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뉴데일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삭제됐다.

    "이것 역시 의도된 작위(作爲)다. '자유민주주의'의 방점은 '자유'에 있다. 민주주의는 민주정으로서 의사결정 방법만 의미할 뿐, 권력의 한계를 규정하고 다수의 횡포를 막는 것은 '자유'의 철학이다. '자유'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라고 논리를 펼치지만 이는 궤변이자 교묘한 위장전술이다. 이 말이 맞다면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대중민주주의'를 모두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인가. 자유에 의해 규율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포퓰리즘, 즉 인기영합주의 혹은 유사전체주의로 변질돼 타락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서술지침도 불명확한데.

    "'북한이 자유선거를 거부했다'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집필 책임자는 유엔총회 결의가 한반도 전체가 아닌, 유엔 임시위원단 협의 및 감시 아래 선거가 벌어진 38선 이남 지역에 한정된 것이라는 역사학계의 해석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군색한 논리다. 북한은 1948년 당시, 소련과 협력해 나라를 세우겠다는 정치적·이념적 계산에 따라 유엔총회 결의를 스스로 거부했다. 유엔이 배제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제 발로 뛰쳐나간 거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임이 명백한 사실이지 않나. 문재인정부는 2018년 국정교과서를 개정하면서 이러한 설명을 통째로 빼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바른 역사교육이란?

    "역사교육은 '미래의 나침반'이다. 과거와 현재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미래와 대화다.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이념 및 가치를 형성해 차세대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를 기회주의자가 득세하고 정의가 실패한 좌절된 국가로 묘사해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잿더미 속에서도 불과 60년 만에 경제 10대 강국으로 이끈 국민 승리로서 대한민국으로 말이다. 미국이 'founding fathers', 나라를 세운 건국 아버지인 러시모어산의 대통령을 추앙하고 조각상을 세웠듯 우리나라도 국부(國父) 이승만 대통령을 인정해야 하며, '민주주의·평화·통일'의 의미를 좁게 해석해 와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난쟁이'로서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