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백현동, 변호사비, 법인카드 의혹… 이재명 수사 중인데민주당 당직자 직무요건 '기소 시'→ '1심 유죄 시'로 개정당 강령 중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으로 표현 바꿔文정책 실패의 상징 '1가구1주택'→ '실거주 실소유자'로 수정"도덕적·정치적 논란" "창피해, 바로잡아야" 당내 비판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이 지난 7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준위 강령분과 1차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이 지난 7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준위 강령분과 1차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당헌 80조'의 내용을 수정했다. 민주당은 16일 당헌 80조 1항에 명시된 당직자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 시'에서 '1심 유죄 시'로 완화했다.

    이와 관련, 반대 견해를 개진했던 비명(비이재명)계는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후보를 위한 '방탄용'이라고 지적하며 개정 의결에 유감을 표했다.

    '기소 시'→'하급심 유죄 시'.... 당헌 개정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회의를 통해 당헌 개정 방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전준위가 이 회의에서 논의한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준위는 이 조항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하급심이란 1심을 가리킨다"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2심이나 최종심 등 상급심에서 무죄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직무정지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준위는 당직자 기소가 이뤄질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조사하는 규정은 유지했다. 

    이는 윤리심판원 조사를 통해 정치탄압으로 판단될 경우 당직자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직무정지 처분을 피할 수 있는 규정이다. 윤리심판원 조사를 통해 정치탄압으로 판단될 경우, 기존 구제조항에 따라 최고위원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당 강령 수정… '소득주도성장' → '포용성장'

    전준위는 또 당 강령 중 '소득주도성장'은 '포용성장'으로, '1가구1주택'은 '실거주 실소유자'로 수정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령 개정과 관련 '문재인정부 지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수정 대상인 두 정책이 각각 문재인정부 당시 경제와 주거정책의 핵심 기조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규백 민주당 전준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서 "(강령 개정과 관련) 동료의원들의 의견을 들은 설문조사도 두 번에 걸쳐 실시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개정하는 것에는 93.2%의 동의를 받았다고 소개한 안 위원장은 강령 개정을 위해 전문가와 한 달 반 동안 여섯 차례 토론하는 등 의견을 충분히 나눴다고 설명했다.

    '1가구1주택'을 '실거주 실소유자'로 수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과반 찬성이 있었기 때문에 '실거주 실소유자'라는 표현으로 바꿨다"며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친 것에 대해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당헌 개정' 연일 반대 "유감 전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그러나 이날 전준위가 의결한 당헌 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박용진 후보는 이날도 당헌 80조 개정 관련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의원총회 후 "(총회에서) 그동안 얘기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을 전했다"며 "(당헌 개정 관련 논의가) 정치적인 자충수가 되고, 또 민주당의 도덕적·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마지막 남은 것은 비대위에서 현명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대위 논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헌 개정에 반대 발언을 한 의원이 몇 명 있었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6명 정도 있었다"며 "저만 얘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원도 많이 했다"고 답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당헌 개정 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박 후보와 결을 함께했다. 조 의원은 "(당헌 개정 관련) 창피하다는 입장을 이미 다 얘기했다"며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지만, 그렇게 결정했다"며 "비대위에서 바로잡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존중해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길게 갈등을 겪는 것보다 비대위에서 잘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당헌 개정 논의 당시 (이재명 방탄 논란) 프레임을 생각 안 했는데, 그렇게 돼서 오해 없게 잘 논의하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동안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헌 80조' 개정 관련 지적이 잇따랐다. 기존 당헌 80조 개정이 이 후보의 '방탄용'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전용기 민주당 대변인은 전준위 회의 후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전 대변인은 "야당의 입장에서 많은 의혹이나 다양한 사안을 정부·여당에 제기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정치 탄압을 위해 무작위로 기소될 위협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기소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결된 당헌 관련 민주당 전준위의 결정 사안은 17일 당 비대위 의결을 거친 후 당무위 및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