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 “요소수뿐 아니라 첨단 기술, 필수 원자재 확보는 국가 생존의 문제”“경제·안보 얽힌 복잡한 현안에 능동적 대처… 조기경보시스템 역할 수행할 것”전경련 “수입의존도 90% 넘는 핵심 품목 228개 중 75.5%가 중국산… 대책 필요”
  • 외교부는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 소재 플래티넘 빌딩에서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교부는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 소재 플래티넘 빌딩에서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0월 벌어진 ‘요소수 사태’와 같은 ‘경제안보 문제’가 닥치기 전에 ‘조기경보’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외교부 산하에 생겼다. 외교부는 “경제와 안보가 얽힌 복잡한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경제안보외교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CESFA)’ 개소… 경제안보 조기경보체제 가동

    외교부는 지난 30일 박진 장관과 이도훈 제2차관, 윤성덕 경제외교조정관 및 경제안보외교 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소재 플래티넘 빌딩에서 ‘경제안보외교센터(CESFA, Center for Economic Security and Foreign Affairs)’ 개소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경제안보 이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2월 초당적 지지를 받아 센터를 설립했다”고 밝힌 외교부는 “앞으로 ‘경제안보외교센터’를 능동적인 경제안보 외교를 펼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이자 정책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축사에서 “지난해 요소수 부족사태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요소수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과 필수 원자재 확보도 국가 생존의 문제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며 “경제와 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외교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이어졌다”고 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어 최근 미국·일본·중국 등의 경제안보 대응상황을 설명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제안하고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 정상회의를 주도했다. 일본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TP)에 미국을 복귀시키려 외교적 노력을 하는 한편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외무성에 경제안보정책실을 신설했다. 중국은 CPTTP 가입 신청을 하는 한편 글로벌 개발구상과 글로벌 안보구상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글로벌 경제질서의 대전환 시기에 외교부는 센터를 통해 능동적 경제안보외교를 위한 정책 수립에 한층 기여하고자 한다”며 “센터는 (경제안보) 관련 동향을 기민하게 모니터링해 현안 발생에 앞서 이를 예방하고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의 첫 과제 될까… 전경련 “美中日 교역 중 핵심 수입품목 75.5%가 중국산”

    ‘경제안보외교센터’가 문을 연 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다. 전경련이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한 ‘한국경제 산업핵심물자 현황 및 시사점’이었다. 

    최 교수 연구팀은 국내산업의 수입의존도가 90%를 넘고 수입경쟁력이 절대적으로 열등한 제품 가운데 정도가 심한 품목 228개를 뽑았다.

    그런데 이 중 중국산이 172개(75.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본산은 32개(14.0%), 미국산은 24개(10.5%)였다. 특히 중국산 핵심 수입품목은 강철 제조에 필수적인 망간,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로 사용하는 흑연, 자동차와 항공기 등의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등 산업용 원자재가 주를 이뤄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품목은 전기/전자·기계·컴퓨터·석유화학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많았고, 미국산 품목은 석유·석탄, 과일, 전기제품, 기계, 컴퓨터, 항공기 등이었다. 

    최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핵심 수입품목에 대한 수급관리를 못하면 언제든지 요소수사태 같은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경련은 “이들 핵심 수입품목 228개 가운데 공급망 충격에 취약한 133개는 조기경보체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급망 동맹 강화 및 다변화 등을 통해 핵심 수입품목의 중국산 편중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구상… 외교부-재외공관-연구소-기업 유기적 연계

    보고서의 지적처럼 ‘경제안보외교센터’는 설립과 동시에 활동해야 할 상황이다. 외교부는 일단 센터 조직을 완전하게 편성한 뒤 경제안보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와 연구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국내외 연구기관-기업을 연결해 경제안보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네트워크의 허브를 ‘경제안보외교센터’에 맡길 예정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외교부 북미유럽경제외교과 산하 조직으로 돼 있는 센터에 연구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보장·유지하면서 경제안보 현안 대응 때는 협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외교부는 또한 센터에 반도체 및 관련 기술, 글로벌 공급망 상황, 핵심 원료용 광물 같은 필수 원자재 상황 등의 상시 모니터링 및 분석, 경제안보 측면의 정부 정책 수립, 기업활동 지원 등을 맡긴다는 구상도 세웠다.

    센터의 첫 공식 행사는 오는 6월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공동주관하는 ‘경제안보외교포럼’이다.